[경제경영]‘경쟁의 미래’…기업의 가치 창출, 소비자가 좌우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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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미래’는 미래의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러한 비즈니스 환경을 ‘사람들의,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을 위한 경제’로 표현한다.  사진 제공 세종서적
‘경쟁의 미래’는 미래의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러한 비즈니스 환경을 ‘사람들의,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을 위한 경제’로 표현한다. 사진 제공 세종서적
◇경쟁의 미래/C K 프라할라드·벤카트 라마스와미 지음 김성수 옮김/351쪽·1만5000원·세종서적

19세기말 프리드리히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그 의미는 신으로 상징되던 인간세계의 절대적 가치가 무너지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가치가 생성됐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이를 이어받아 1960년대 “저자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그것은 텍스트의 의미를 과거에는 저자만이 생산했다고 믿었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독자가 그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저자와 동등한 의미 창출자가 됐다는 뜻이다.

‘경쟁의 미래’의 저자들의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말하자면 ‘생산자는 죽었다’로 요약된다. 이는 과거 시장에서 상품가치를 생산하는 주체는 오직 기업가와 노동자로 대별되는 생산자였다. 소비자는 생산자가 창출한 가치를 시장에서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존재였다. 생산자인 기업은 기껏해야 소비자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그들의 감춰진 요구를 읽어내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는 적극적인 생산의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이미 ‘저자가 죽어버린’ 문화 상품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사인 뉴 라인 시네마는 제작과정에서 전 세계 400여 개의 ‘반지의 제왕’ 팬클럽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영화의 효과를 높였다. 한국의 TV드라마도 이제 더 이상 제작자들의 손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모폐인’, ‘발리러버’, ‘불새리안’으로 대표되는 드라마의 적극적 애호가들은 등장인물의 비중이나 드라마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저자들은 가치 창출의 권력은 기업의 손을 떠나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각종 정보에 해박한 소비자에게 넘어갔다고, 아니 최소한 공동창출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한다. 미래의 가치는 소비자와 기업의 공동 노력을 통해 각자의 고유한 맞춤식 경험을 교환하면서 공동 창출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프라할라드 미시간 경영대 교수는 오늘날 인재 경영의 이정표가 된 ‘핵심 역량’과 ‘전략적 의도’의 개념들을 제시한 ‘미래를 위한 경쟁(Competing for the Future·1995년)’의 공저자다. ‘미래를 위한 경쟁’은 기업의 가치 창출을 아웃소싱, 인력감축, 리엔지니어링 등 비용 감축과 경영구조 개선에서 찾는 노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대신 기업구성원들의 핵심 역량 등을 계발하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익 창출에 나서야 할 시대가 왔음을 예고했다. 이는 ‘인재가 곧 미래’라는 오늘날의 경영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그가 같은 대학의 라마스와미 교수와 손을 잡고 쓴 ‘경쟁의 미래’는 10년 만에 또 다른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가치 창출의 원천을 기업 내부에서 외부로, 곧 소비자로 확장하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소비자와 기업의 맞춤화된 공동가치 창출 경험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차세대 관행을 ‘DART’로 요약한다. 그것은 대화(Dialogue), 접근(Access), 위험 평가(Risk Assessment), 그리고 투명성(Transparency)이다.

원제 ‘The Future of Competition’(2003년).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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