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as easy as pie’는 아주 쉽다는 뜻. 우리말로는 ‘누워서 떡먹기’쯤 되겠다.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서양에서 파이는 우리의 떡과 비슷한 존재다.
부담 없이 친숙하고, 안 먹는다고 못사는 건 아니지만 오래 맛을 못 보면 허전한 것.
그런데 우리에게는 아직 그리 친숙하지 않은 ‘서양의 떡’ 파이가 요즘 서울의 몇몇 전문점에서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들 전문점은 유기농 파이, 아메리칸 파이 등 각자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최고의 원료를 사용해 정성스럽게 만드는 ‘100% 수제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유기농 파이-블루리본
모두 유치원생 자녀를 둔 김희연 조진현 김현주 씨는 아이들이 아토피를 앓고 있으며 요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더 친해졌다.
외식만 하면 피부가 빨갛게 붓고 가려운 아이들 때문에 ‘어디 유기농 제품이 좋다더라’, ‘뭘 먹이니 괜찮더라’는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직접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해서 동화 속 그림처럼 예쁜 가게가 7월에 문을 열었다.
100% 우리밀에 유정란, 제주도 청정지역의 우유, 유기농 과일, 뉴질랜드 버터 등 까다롭게 고른 유기농 제품만을 사용하며 당도는 무농약 쌀 조청을 사용해 조절한다.
크림처럼 부드러운 고구마파이, 단호박 냄새가 물씬 풍기는 호박파이가 맛있다. 사과를 채썰어 시나몬 가루를 뿌린 사과파이에는 한 판에 5, 6개의 유기농 사과가 들어간다. 아이들은 피칸&호두파이에 초코칩을 박은 초코칩파이를 특히 좋아한다. 한 조각은 3000원, 한 판은 2만원. 서대문구 대신동 연세대 동문과 동문회관 사이 골목. 02-393-1117
○ 아메리칸 파이-루시 파이
일본 도쿄제과학교, 프랑스 르 코르동 블뢰를 졸업한 유학파 요리사 최윤희 씨는 파이 가게를 차리기로 결심한 이후 미국의 유명 파이 가게를 돌며 정통 파이를 맛봤다. 맛은 있는데 너무 달아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
그래서 우리 입맛에 맞게 약간 변형해 만든 것이 루시 파이다. 이름은 1970년대 미국 시트콤 ‘왈가닥 루시’에서 따온 것. 가게 안에는 왈가닥 루시의 사진들이 가득 걸려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초콜릿 푸딩파이’. 너무 맛있어 ‘악’ 소리를 지르게 된다고 일명 ‘스크림 파이’란다. 다진 오레오 쿠키에 생크림을 올리고 프랑스산 다크 초콜릿을 얹어 만든다. 1개 4000원.
고기파이도 있다. 치킨파이는 닭 안심살에 화이트 크림소스인 ‘베샤멜 소스’와 버섯 양파 등을 섞어 부드러운 느낌. 미트볼파이는 쇠고기 미트볼에 피자치즈를 넣은 것으로 한 끼 식사로 거뜬하다. 1개 4500원. 사과파이는 사과 위에 오트밀과 버터를 덮어 굽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조각 4500원, 한 판은 3만2000원. 용산구 동부이촌동 충신교회 맞은편. 02-790-7779
○ 호두파이 전문-삼순이
궁금했다. 가게 이름이 촌스럽게 삼순이가 뭔가.
주인 부부인 장진갑 김이경 씨에게 물으니 남편이 아내를 부르던 애칭이란다.
장 씨는 “세련된 외래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오히려 촌스러운 이름이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 한번 들으면 아무도 잊어버리지 않는 상호다.
처음엔 장사를 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호두파이를 유난히 좋아했던 김 씨는 ‘맛있게 만드는 곳이 없어서’ 직접 파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주변에 파이를 구워 선물했더니 다들 가게를 내라고 난리였다. 그렇게 시작한 가게가 성공을 거두었다.
설탕이나 광택제를 전혀 쓰지 않고 가정용 오븐에 2시간 동안 천천히 구워 만든다. 캘리포니아산 호두를 통째로 넣어 한입 베어 물면 호두가 ‘오도독’ 씹힌다.
담백한 현미녹차 호두파이와 고소한 검은 깨 호두파이 두 종류가 있으며 조각에 2500원, 한 판에 1만5000원. 전국 배달도 한다. 서초구 반포동 한양아파트 상가 1층. 02-536-7743
글=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