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원작 동화 ‘호두까기와 쥐의 임금님’을 토대로 한 이 작품은 소녀 마리와 소년 크라카툭이 ‘장난감 나라’로 여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사랑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발레의 ‘흥행 요소’를 과감히 버렸다. 가령 △귀에 익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사용하지 않았고 △발레의 인기 장면으로 꼽히는 각국 춤 장면 등을 뺐으며 △호두까기 인형을 멋지고 용감한 왕자 대신 소심하고 나약한 소년으로 등장시킨다.
하지만 솜사탕이나 메아리, 우산 아가씨 등 소년과 소녀가 여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발레와는 또 다른 볼거리와 재미를 제공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작품에 활력과 웃음을 주는 ‘말 탄 기사’다. 애니메이션 ‘슈렉’에 나오는 수다쟁이 당나귀를 떠올리게 하는 이 캐릭터를, 배우 김태한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 어른과 아이 모두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초연 창작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의욕 과잉’이 이 작품에서도 엿보인다. 26곡이나 되는 노래는 더 추려져야 할 것 같고, ‘가족 뮤지컬’을 의식한 때문인지 장면에 따라 아이의 눈높이와 어른의 눈높이를 오가는 혼동도 정리가 필요할 듯하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발레와 함께 해마다 이맘때면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호두까기 인형’,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 레퍼토리’로 정착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02-764-876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