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선묘와 단아한 여백의 미를 보여주는 박수근의 1960년대 작 ‘매화’를 비롯해 닭 까치 난초가 제각각 자리 잡고 있는 장욱진의 ‘난초 있는 풍경’, 항아리 위를 가로지르는 매화의 기개가 돋보이는 김환기의 ‘정물’ 등은 국내 거장들의 화조 전통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아름다운 꽃과 나비가 여인을 둘러싸고 있는 천경자의 ‘여인’도 민화적 전통 안에 있는 화려한 채색으로 작가의 꿈과 환상을 표현한다. 홍지연, 강용면, 한기창 등 독창적 재료와 기법으로 현대의 화조를 펼쳐낸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재미있다.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의 ‘꽃’은 반복적 재현을 통해 오리지널리티의 부정을 이야기한다. 움직임이 있는 추상조각 모빌을 창시하고 그 속에 균형과 조화를 보여주고자 한 알렉산더 콜더의 모빌 ‘노란 폭포와 꽃잎이 있는 계곡’, 채색 알루미늄의 우연한 형태적 만남에서 오는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존 체임벌린의 ‘신기한 해변’ 등은 동양 화조 전통과 다른 새로운 조형미를 보여준다. 이 밖에 민화, 상감청자 등 화조가 그려진 고미술품도 선보인다. 내년 1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 02-720-1020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