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또다른 의술” 차 한방병원 레지던트 채진석씨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8시 44분


안철민 기자
안철민 기자
동전 네 개를 사각형의 꼭짓점마다 놓고 그 위에 카드를 올려놓는다. ‘기(氣)’를 불어넣은 뒤 카드 하나를 뒤집자 동전이 없어진다. 다른 카드를 계속 뒤집으니 동전이 두 개, 세 개, 네 개로 마구 늘어난다. 탄성이 터진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차 한방병원 레지던트 3년차인 채진석(蔡珍錫·29·사진) 씨는 마술 하는 한의사다. 환자건 간호사건 그를 보기만 하면 졸라댄다. “하나만 보여주고 가세요.”

그래서 그는 항상 손가방을 들고 다닌다. 손가방에는 차트 대신 카드와 동전, 고무줄, 컵 등 마술도구가 가득하다. 주특기는 동전과 카드 마술. 그는 일명 ‘매트릭스’라고 불리는 이 마술로 지난해 11월 열린 온라인 마술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세계 정상급 마술사인 제프 맥브라이드의 내한 마술공연에선 게스트로 출연해 마술 시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의사 수련기간 중 가장 바쁘다는 인턴 시절에 마술을 배웠다.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는데 마땅히 풀 방법이 없었어요.”

그렇게 배운 마술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조용했던 성격은 사교적으로 바뀌었고 사람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마술은 기술이 10%라면 연출이 90%입니다. 어떤 말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어떤 분위기를 연출하느냐가 성패를 가릅니다.”

한 번의 마술공연을 위해 최소 1000번 이상을 반복 연습한다는 그는 올 3월부터 8개월 정도 분당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7∼10시 무료로 마술을 공연하는 등 ‘이웃과 함께하는 친근한 마술’로 지역사회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현재는 내년 초 있을 전공의 시험 때문에 공연을 쉬고 있다.

“의사와 마술사는 전혀 별개의 직업이 아니에요. 의사는 환자의 마음의 병까지 어루만져 줘야 합니다.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가 마술을 통해 시름을 잊는다면 그것만큼 좋은 치료는 없습니다.” 그의 마술손가방은 또 다른 의술도구인 셈이다.

성남=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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