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추억을 찾아서]시사회

영화 마케팅의 개념이 거의 없던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영화시사회는 영화를 제작하는 일의 한 부분이었다.

시사회라고 해야 개봉에 앞서 영화의 완성도를 점검하기 위한 기술시사, 영화 홍보를 위한 기자시사회가 고작이었다. 게다가 요즘처럼 300석 이상의 극장이 아니라 100석이 채 안 되는 전용시사실에서 시사회를 진행했다. 대신 관계자가 아니면 시사회장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어 시사회에 참석하는 것이 대단한 특권인 양 여겨졌다.

시사회 진행자가 너무 철저히 현장을 통제하다보니 유명 영화인이 쫓겨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전에야 일반시사회라는 것이 없어서 요즘과 비교하는 것이 힘들지만 기자시사회는 그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 기자시사회는 줄 서서 좌석표를 받고 입장해 보통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듯이 관람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시사회가 진행됐다. 근처 다방에서 갓 배달된 따뜻한 차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면서 영화를 감상했다. 의자 앞에는 스탠드 조명까지 달린 탁자도 있어서 영화를 보는 도중에 간간이 기사 작성을 위한 글귀를 적을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기자시사회답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기술시사회나 기자시사회 외에도 관객들의 입소문이 홍보의 중요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일반시사회가 늘어날 뿐 아니라 그 형식도 다양해졌다.

영화의 성격이나 장르, 개봉 시기에 따라서 싱글을 위한 시사, 커플시사, 가족시사, 공포체험 시사, 심야시사, 야외시사 등등 아이디어가 뛰어난 재미있는 시사회들이 생겨났다.

그렇다고 해서 시사회에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반전이나 중요 사실을 미리 말해버리는 ‘스포일러(spoiler)’가 말 그대로 영화의 재미를 망쳐 놓거나 김을 빼기도 한다.

때론 불법 동영상 촬영을 방지하기 위해 공항 검색대를 방불케 하는 보안 검색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카메라 폰, 디지털 카메라 등 가능성(?)이 보이는 물품들은 일절 가지고 들어갈 수도 없고, 영화에서나 본 듯한 감시 카메라를 낀 보안요원들이 시사 내내 극장 안을 돌아다니며 감시하기도 한다.

모든 영화가 좋게만 평가된다면 이 아니 기쁠까마는, 영화의 흥행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시사회의 반응이다. 영화 자체가 만족스럽기도 해야겠지만 시사회의 방식도 관객들의 반응에 많은 영향을 주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도 영화마케터들은 시사회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uni1107@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