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중고생 결혼·출산 다룬 영화 잇달아…찬반 논쟁

  • 입력 2004년 12월 22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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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반영’인가, 검은 장삿속인가.

최근 중고생의 임신과 출산을 다룬 국내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여고생 시집가기’(23일 개봉)는 16세 생일을 앞둔 고교생 남녀가 ‘합방’을 한다는 내용. 임신한 여고생 ‘평강’은 교실에서 수업 중 양수가 터지고 옆에 있던 친구는 “평강이 오줌 쌌대요” 하고 놀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남녀 고교생의 구체적 동침 장면은 묘사하지 않지만, 주인공 남녀 얼굴 모양의 토끼 두 마리를 등장시키고 그중 남자 토끼가 연방 방아를 찧어대는 모습으로 성행위를 비유했다.

이 영화는 ‘16세 전에 결혼하고 1년 안에 출산해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점괘를 여주인공이 어려서 받았다는 설정을 통해 ‘합방’을 합리화한다.

중고생의 임신과 출산을 다뤄 뜨거운 논란에 휩싸인 국내 영화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여고생 시집가기’ ‘제니,주노’ ‘돈 텔 파파’.

‘돈 텔 파파’(9월 개봉)에는 주인공인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여고생이 갓 낳은 아이를 ‘퀵서비스’를 통해 고교생 아빠가 수업 받고 있는 교실로 ‘배달’시키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두 영화는 모두 직접적인 베드신 장면을 묘사하지 않아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5세 이상 관람 가’ 등급을 받았다.

최근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을 다룬 영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문근영 김래원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어린 신부’(12세 이상 관람 가·사진)의 영향 때문이라는 게 영화계의 지배적인 해석. 16세 여고생이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24세 대학생과 결혼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4월 개봉 후 중고교생들의 열띤 관람에 힘입어 전국 32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대박’을 터뜨렸다.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제니, 주노’는 ‘세계 최연소 엄마, 아빠’ ‘15세 몰래 부부의 아기수호 감동프로젝트’ 등의 광고카피를 내걸며 15세 남녀 중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다루고 있다. ‘어린 신부’의 제작사인 컬쳐캡미디어가 제작 중인 이 영화는 중학교 2학년 커플이 실수로 임신한 뒤 자신의 사랑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부모의 반대를 이겨내고 출산한다는 내용.

이 영화 블로그 게시판에는 “15세의 임신과 출산을 소재로 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돈을 벌려는 상술” “청소년의 성행위를 미화해 청소년의 가치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등의 비판론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이런 소재도 다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은 애 가지면 안 된다’는 색안경을 쓰고 보는 현실이 슬프다”는 등의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이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12세 이상 관람 가’로 등급 신청을 할 예정. 제작사 컬쳐캡미디어 최순식 대표는 “청소년 임신은 엄연한 사회문제가 됐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제대로 된 피임법조차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 영화는 ‘임신에는 반드시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교훈적 목소리를 청소년들에게 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문 상명대 예술대학장(영화평론가)은 “초점은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을 다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묘사했느냐에 있다”며 “성장과정으로 접근한다면 가능하고, 청소년 문제를 빙자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결국 이런 결정의 최종 책임은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인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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