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필사본은 시의 원저자로 알려진 클레멘트 무어의 서명이 있는 4장 가운데 하나.
경매 전에는 최소한 20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결국 유찰됐다.
이 시는 처음으로 파이프를 물고 뚱뚱하며 유쾌한 성품을 가진 산타클로스와 하늘을 날며 썰매를 끄는 8마리 사슴을 묘사한 작품. 말하자면 지금의 산타 모습이 처음 나타난 것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상당히 높은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원저자 시비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 새로운 산타클로스의 등장
56행으로 이뤄진 시 ‘성 니콜라스의 방문’이 처음 발표된 것은 1823년 12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의 군소 신문 ‘트로이 센티넬’에 실렸는데 저자 이름은 없었다. 이 시는 곧바로 신문과 잡지 등에 인용되면서 널리 퍼져나갔다.
당시 뉴욕 신학교 교수였던 클레멘트 무어는 이 시를 펜으로 적어 가족들에게 읽어줬고 친구들에게도 돌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14년 후. 1837년 찰스 호프만이 ‘뉴욕 시가선집’을 엮으면서 그 시에 친구 무어의 이름을 붙였다.
이 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맘씨 좋은 인상의 산타는 없었다. 오히려 마른 체격에 어린이를 꾸짖는 근엄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복장도 사제복이었고 말이 끄는 마차를 탔다.
무어가 시를 직접 지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펜으로 옮겨 적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뉴욕 시가선집’과 필사본에 적힌 이름이 그라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애초에 익명으로 발표했을까.
후세 학자들은 어린이용 시를 지었다는 사실이 신학자로서의 명예를 실추시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단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지었는데 유명해지면서 문집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 사슴 이름의 미스터리
무어가 ‘성 니콜라스의 방문’의 원저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2000년 뉴욕 바사 칼리지의 영문학 교수인 돈 포스터가 본격 제기했다. 포스터 교수는 뉴욕에 살았던, 덴마크 출신의 헨리 리빙스턴이라는 인물이 진짜 저자라는 주장을 폈다. 문제의 신문이 리빙스턴이 살았던 지역에서 발간됐고 그의 다른 시에서 하늘을 나는 어린이 묘사가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문에 실린 시에서 덴마크어로 된 사슴 이름이 나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다. 썰매를 끄는 사슴 8마리 중 Dunder와 Blixem은 덴마크어로 천둥과 번개라는 뜻. 이것이 1844년에는 같은 의미의 독일어인 Donner와 Blitzen으로 바뀐다.
원저자로 알려진 무어는 영국계 미국인으로 독일어는 할 줄 알았지만 덴마크어는 몰랐다고 한다. 더욱이 그의 이름이 나타난 시집에는 지금처럼 Donner가 아니라 국적 불명의 Donder로 되어 있다.
○ 루돌프와 빨간 옷 산타
썰매를 끄는 사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루돌프. 그러나 1939년까지 루돌프는 없었다.
빨간 코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루돌프 이야기는 그 해 미국 로버트 메이라는 카피라이터가 고안한 것. 당시 시카고에 있던 몽고메리 워드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그는 성탄절 광고 아이디어로 루돌프를 만들어 냈다. 백화점은 그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루돌프 이야기를 담은 성탄절 소책자를 만들어 뿌렸다.
산타클로스의 원래 모델은 4세기 초 터키 지역의 대주교였던 성 니콜라스로 남몰래 많은 자선을 베푼 것으로 전해진다.
새하얀 수염과 붉은 외투, 붉은 삼각형 모자, 굵은 가죽벨트로 연상되는 지금의 산타 모습 역시 광고에서 나온 것. 1931년 코카콜라는 겨울철에 콜라 판매량이 격감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따뜻한 산타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붉은색은 코카콜라 이미지에 맞추기 위해 선택됐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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