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저스(Jesus)’를 번역한 한자어인 ‘예수(耶蘇)’에는 단순히 그 독음만 반영된 것이 아니며 그 속에는 예수가 갖는 특성이 충분히 들어 있다.
耶는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의미부인 邑(고을 읍)과 소리부인 耳(귀 이)로 이루어져, 원래는 산둥성에 있는 郎耶(낭야)라는 땅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후 耶는 말의 어감을 나타내는 어기사로 쓰이기도 했고, ‘아버지’의 뜻으로 가차되기도 했다. 耶가 어기사로 자주 쓰이자, ‘아버지’라는 뜻은 父(아비 부)를 더하여 爺로 분화했다.
蘇는 艸(풀 초)와 소로 구성되어 풀이름으로 쓰였다. 소는 다시 魚(고기 어)와 禾(벼 화)로 이루어졌는데, 금문(오른쪽 그림)에서는 禾가 木(나무 목)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의미에는 별 차이를 초래하지 않는다. ‘설문해자’에서는 소를 불쏘시개로 쓸 나무로 풀이했다.
하지만 불쏘시개가 불을 일으킨다는 뜻에서인지 이후 蘇生(소생)하다는 뜻으로 자주 쓰였다. 이러한 문화적 관습과도 관련된 말인지 불을 놓는다는 것은 다시 생명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후 蘇生이라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낸 甦는 다시(更·갱) 태어나다(生)는 의미를 반영한 회의자이다.
이렇게 볼 때, 耶蘇의 耶는 아버지를, 蘇는 蘇生 즉 부활을 뜻한다. ‘Jesus’의 원래 의미가 구원자이었음을 고려한다면, 耶蘇에는 ‘Jesus’라는 독음은 물론 예수가 원래 가지고 있던 구원자의 의미에 부활이라는 뜻까지 더해진 단어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활하신 구원자 하느님 아버지’라는 뜻을 담게 된 耶蘇는 음역과 의역이 잘 어우러진 훌륭한 번역어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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