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이름값 못한 ‘노트르담의 꼽추’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7시 51분


2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노트르담의 꼽추’(사진)는 감동보다는 아쉬움과 실망을 더 많이 안겨 준 작품이다.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디즈니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브로드웨이가 아닌 독일 베를린에서 1999년 초연됐다. 이 작품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디즈니가 첫 해외 라이선스 공연 계약을 한국의 뮤지컬 제작사와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특히 디즈니사의 크리에이티브 팀이 내한해 전 제작 과정을 지휘했던 뮤지컬 ‘미녀와 야수’와 달리 이 작품은 대본과 음악만 가져왔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제작사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내 뮤지컬 제작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공연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막을 올린 ‘노트르담의 꼽추’는 화려한 볼거리로 유명한 ‘디즈니’의 이름을 무색하게 했고, 그동안 ‘맘마미아’ ‘시카고’ 등 성공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을 선보여 온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이름값에도 부응하지 못했다.

무대에 세워진 노트르담 성당 세트가 시작부터 끝까지 단순한 배경 외에 다른 기능은 거의 하지 못하는 등 상상력이 부족한 무대는 밋밋하고 평면적이었다. 조명 역시 지나치게 어둡고 단순했다.

해설자 역할을 맡은 클로팽(이석준)의 빈번한 출연과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은 오히려 관객이 극에 몰입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2막 마지막, 공중에서 날아든 콰지모도(이진규)가 에스메랄다를 구하는 장면이나 에스메랄다(정선아)의 죽음도 관객에겐 뜬금없이 느껴졌다.

이진규, 정선아 등 신인으로 구성된 주연 배우들은 쉽지 않은 곡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지만 객석의 감동으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했다. 내년 1월 23일까지. 화∼금 오후 7시 반, 토 일 공휴일 오후 3시 7시. 3만∼9만 원. 1588-789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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