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연주통해 환자치료 연구하는 김영록 한의사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8시 40분


권주훈기자
권주훈기자
거문고, 대금, 아쟁, 단소, 장구 등 각종 국악기가 가득 진열된 한의원. 원장실에선 이따금 고즈넉한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한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김영록(金泳錄·49) 한의사는 최근 제26회 한소리국악원 연주회에서 집박(執拍)을 맡았다. 집박은 서양음악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로 국악 관현악 합주에서 박을 치며 연주를 이끌어간다. 연주단체장 등 전문 국악인이 주로 하는 집박을 맡은 것을 보면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50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서로 어울려 오묘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맨 앞에 서서 박을 치며 박자를 맞춰줍니다. 잠깐이라도 딴생각을 하면 가락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연주 내내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납니다.”

국악연주 경력 20년이 넘는 그는 웬만한 국악기는 수준급으로 다룬다. 요즘은 거문고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손에 굳은살이 박이면 맥을 짚는 데 방해가 될까봐 그동안은 거문고 연주를 포기했는데 그 둔탁하고 단조로운 소리의 매력을 지나칠 수 없었다”면서 웃었다.

그는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군에 갔다 온 뒤 국악과 한의학을 접했다. 원래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경희대 한의학과에 들어가 한의학을 공부하는 한편 틈틈이 국악을 연마했다. 1980년 설립된 아마추어 국악인단체 한소리국악원의 창립회원이기도 하다. 그동안 “왜 한의사가 국악을 하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국악과 한의학이 별개의 세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의학이 몸의 균형을 추구한다면 국악은 마음의 균형을 찾는 과정입니다.”

국악과 한의학이 서로 통한다고 믿기에 그는 최근 ‘화합의 길’을 찾아 나섰다. 국악 연주를 통해 환자를 진료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느슨해진 상태에서 악기에 기운을 전달해보세요. 음률이 몸 전체에 퍼집니다. 몸이 악기와 함께 공명함으로써 화합하게 되는 거죠.”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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