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리고! 차고!”
“으으… 헛!”
지난해 12월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재활치료실. 프로야구 한화의 김인식 감독(57·사진)이 다리근육 강화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2001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이끈 백전노장은 고통스러운 듯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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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5일 뇌경색으로 입원했다. 왼쪽 뇌혈관 일부가 막혀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된 것. 김 감독은 “과로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담당의사는 하루 두 갑 이상의 흡연습관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담배연기 속 니코틴은 신경을 자극해 심장 박동을 불규칙하게 만든다. 혈관을 수축시키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계 질환을 부른다. 흡연자의 중풍, 동맥경화,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폐암 발생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몇 배나 높다는 통계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이런 통계 숫자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심각한 병에 걸리기 전에는 몸의 이상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김 감독도 40년 넘게 담배를 피웠지만 병원 신세를 크게 진 적이 없다.
“해마다 구단 정기검진에서 지방간과 고혈압을 주의하라는 얘기는 있었어요. 그런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죠. 운동도 매일 꾸준히 해 왔으니까.”
김 감독은 술자리에서는 입에서 담배를 거의 떼지 않을 정도의 애연가다. 프로야구 감독은 피 말리는 승부의 스트레스를 시즌 내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직업. 그래서인지 8개 구단 감독 중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5회 마치고 운동장 정리를 위해 잠깐 쉴 때 한 대 피우고 숨을 돌리죠. 다시 경기 끝나고 한 대 피워 물면 하루가 지나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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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생각날 땐 운동 산책 명상 낮잠…
니코틴은 아편과 비슷한 강도의 습관성 중독 물질이다. 적은 양의 니코틴은 교감 및 부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쾌감을 준다. 애연가들은 이 쾌감에 기댄 일시적 진정효과를 흡연의 효용으로 내세운다.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김 감독도 금연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담배를 끊기는 정말 어렵다. 미국정신과학회는 흡연을 마약 중독과 같은 ‘의존적 정신질환’으로 분류한다. 40년 애연가 김 감독에게도 특별한 묘수는 없다. 일단 집안과 숙소의 재떨이부터 없애놓으라고 했다.
“이런저런 방법을 찾기 전에 마음을 굳게 다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한번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제 자신에게 맹세했으니, 절대 안 피울 겁니다.”
물론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굳은 의지를 갖고 있어도 순간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법. 작심삼일의 위험을 피하려면 금연교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특히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흡연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생각해 두라고 조언한다. 운동이나 산책, 심호흡과 명상, 목욕, 낮잠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 금연 뒤 2주간 물 충분히 마셔야
금연 후 2주 동안이 성패의 고비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하루 2L 이상의 물을 조금씩 나눠 마셔 몸속 니코틴이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한다. 김 감독의 야구는 ‘믿음의 야구’로 통한다. 그는 짤막한 순간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승리는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다. 김 감독의 ‘2005년 담배와의 승부’가 묵직한 승리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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