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김인식 감독 “담배………끊었습니다”

  • 입력 2005년 1월 2일 17시 03분


뇌경색으로 마비된 다리근육의 회복을 위해 재활훈련을 받고 있는 프로야구 한화의 김인식 감독. 김미옥 기자
뇌경색으로 마비된 다리근육의 회복을 위해 재활훈련을 받고 있는 프로야구 한화의 김인식 감독. 김미옥 기자
○ 40여 년 하루 두 갑… 결국 뇌경색 쓰러져

“구부리고! 차고!”

“으으… 헛!”

지난해 12월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재활치료실. 프로야구 한화의 김인식 감독(57·사진)이 다리근육 강화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2001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이끈 백전노장은 고통스러운 듯 숨을 몰아쉬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5일 뇌경색으로 입원했다. 왼쪽 뇌혈관 일부가 막혀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된 것. 김 감독은 “과로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담당의사는 하루 두 갑 이상의 흡연습관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담배연기 속 니코틴은 신경을 자극해 심장 박동을 불규칙하게 만든다. 혈관을 수축시키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계 질환을 부른다. 흡연자의 중풍, 동맥경화,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폐암 발생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몇 배나 높다는 통계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이런 통계 숫자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심각한 병에 걸리기 전에는 몸의 이상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김 감독도 40년 넘게 담배를 피웠지만 병원 신세를 크게 진 적이 없다.

“해마다 구단 정기검진에서 지방간과 고혈압을 주의하라는 얘기는 있었어요. 그런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죠. 운동도 매일 꾸준히 해 왔으니까.”

김 감독은 술자리에서는 입에서 담배를 거의 떼지 않을 정도의 애연가다. 프로야구 감독은 피 말리는 승부의 스트레스를 시즌 내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직업. 그래서인지 8개 구단 감독 중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5회 마치고 운동장 정리를 위해 잠깐 쉴 때 한 대 피우고 숨을 돌리죠. 다시 경기 끝나고 한 대 피워 물면 하루가 지나가는 겁니다.”

○ 담배 생각날 땐 운동 산책 명상 낮잠…

니코틴은 아편과 비슷한 강도의 습관성 중독 물질이다. 적은 양의 니코틴은 교감 및 부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쾌감을 준다. 애연가들은 이 쾌감에 기댄 일시적 진정효과를 흡연의 효용으로 내세운다.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김 감독도 금연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담배를 끊기는 정말 어렵다. 미국정신과학회는 흡연을 마약 중독과 같은 ‘의존적 정신질환’으로 분류한다. 40년 애연가 김 감독에게도 특별한 묘수는 없다. 일단 집안과 숙소의 재떨이부터 없애놓으라고 했다.

“이런저런 방법을 찾기 전에 마음을 굳게 다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한번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제 자신에게 맹세했으니, 절대 안 피울 겁니다.”

물론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굳은 의지를 갖고 있어도 순간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법. 작심삼일의 위험을 피하려면 금연교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특히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흡연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생각해 두라고 조언한다. 운동이나 산책, 심호흡과 명상, 목욕, 낮잠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 금연 뒤 2주간 물 충분히 마셔야

금연 후 2주 동안이 성패의 고비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하루 2L 이상의 물을 조금씩 나눠 마셔 몸속 니코틴이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한다. 김 감독의 야구는 ‘믿음의 야구’로 통한다. 그는 짤막한 순간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승리는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다. 김 감독의 ‘2005년 담배와의 승부’가 묵직한 승리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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