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카펫을 걷어내고 원목으로 우물마루를 깔았다. 나무의 편안한 색깔이 방의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었다. 카펫에서 나는 먼지에서 해방되는 것만도 큰 수확이었다.
베란다 쪽 바깥 유리문은 그대로 두고 안쪽만 창호지로 마무리한 4분합문으로 교체했다. 역시 먼지가 많이 끼는 커튼은 떼어 버렸다. 아주 춥지 않으면 바깥 유리문을 열어놓는다. 커튼이 없어도 강한 햇빛이 창호지를 통과하면서 은은해진다. 유리로 꽉 막혀 들어오지 못했던 신선한 공기는 덤이다.
거실로 통하는 문은 한식 여닫이로 하고 금속 고리 손잡이를 달고 창호지를 발랐다. 여닫이문 맞은편에 4분합문을 달아 한 평 남짓 반침을 들였다. 옷가지와 책들을 넣어둘 수 있는 수납공간이 생겼다.
![]() |
기존 침대의 머리판을 떼어내고 매트리스를 걷어냈다. 그 대신 천연염색한 천으로 감싼 목화솜 요와 이불을 깔았더니 훌륭한 침상으로 바뀌었다(사진).
고가구인 개성식 각깨수리장 위에 걸어둔 수예작품은 어머니의 마음이 가득 담긴 새해선물. 떠오르는 해와 물고기를 수놓은 작품이다. 장 씨는 “사회에 막 나간 아들이 잘 되길 바라는 소망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얼마 전 손 씨의 중학교 붓글씨 선생님이 선사한 ‘운중백학(雲中白鶴)’이란 글씨와도 잘 어울린다.
손 씨는 “한옥이 불편하다고 하지만 나무와 종이, 자연섬유같이 천연재료를 사용하다보니 오히려 몸이 편하고 마음도 정갈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실내디자이너 남숙현 씨(시원 대표)는 “주된 주거공간이 아파트가 돼 버린 현실에서 생활공간만이라도 한옥 분위기로 꾸미고 싶어 하는 주부가 많다”며 “특히 한옥 분위기의 인테리어는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참살이(웰빙)와도 통한다”고 지적했다.
18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온 장 씨는 “무조건 베란다를 터 공간을 넓히느라 애쓰기보다는 공간을 필요에 따라 가꾼다는 생각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다듬으면 훨씬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며 뿌듯해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 |
▼쉽게 할 수 있는 한옥인테리어▼
○ 벽과 천장, 장판=한지는 서울 인사동 지엽사나 대형 지물포에서 구입한다. 풀을 쑤어 밝은 색 한지로 벽과 천장을 바른다. 장판지로는 각장지를 사용하는데 여러 장의 한지를 발라도 된다. 장판한 뒤에는 콩댐을 한다. 콩댐은 불린 콩을 갈아 만든 액체를 여러 번 덧바르는 것이다. 화학칠과는 달리 윤과 빛이 자연스럽고 몸에도 좋다.
고수익 씨·한지전문가
○ 창호=바깥 유리창문은 그대로 두고 안쪽 유리창문은 떼어낸 뒤 창호지를 바른 창문을 단다. 이때 창호지는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도록 명장지를 바른다. 방문은 미닫이로 할 경우 두 겹으로 달아 방음이 가능하도록 한다. 여닫이로 할 경우에도 창호지로 마무리한다. 이때 창호지는 맹장지를 바른다. 마지막으로 손잡이로 쓸 금속 고리를 단다.
심용식 씨·창호소목장·성심예공 대표
○ 가구=한식 소품만 잔뜩 쌓아놓으면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 옛 살림살이 느낌이 묻어나는 고가구를 한두 개 잘 선택한다. 고가구는 가로가 긴 궤와 층으로 나눌 수 있는 장으로 나뉘는데 아파트는 건조하고 덥기 때문에 장은 뒤틀리기 쉽다. 따라서 두툼한 궤가 낫다. 궤는 많은 양의 물건을 넣을 수 있어 옷이나 책의 수납공간으로 그만이다.
정대영 씨·고가구 전문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