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우뚝 선 장닭처럼 새해 크게 되세요”

  • 입력 2005년 1월 2일 17시 55분


을유년, 닭의 해가 찾아왔다. 서울 삼성출판박물관 김종규 관장이 이 박물관에서 소장해온 조선시대 큰 닭 목판화(사진)를 2일 새해를 맞아 공개했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목판화는 정초(正初) 가족의 안녕과 액막이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안에 닭 그림을 부적 삼아 붙여놓던 우리 선조들의 풍습을 보여준다.

김 관장은 “조선시대에 그림 속의 닭 볏은 출세를 뜻했다”며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앞날이 트이고 만사형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닭 그림을 공부방 벽에 붙여놓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 있던 민화 전문 에밀레박물관이 20여 년 전 충북 보은군으로 옮겨 갈 때 이 박물관 조자룡 관장(작고)이 목판화이니 출판박물관에서 소장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의해 구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민화 전문가인 서울 가회박물관 윤열수 관장은 “조선시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새해가 되면 부적으로 그린 호랑이는 대문에, 개는 광문에, 해태는 부엌문에, 닭은 중문에 붙인다는 대목이 있다”며 “우뚝 선 이 장닭 그림은 액막이와 집안 융성을 바라는 마음이 크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닭 그림이 새겨진 이 목판에는 앞뒤 아래위로 호랑이 개, 해태까지 그려져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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