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오명철]닭띠들의 경쟁력

  • 입력 2005년 1월 3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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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는 빈티지(vintage·수확 연도)가 중요하듯 사람도 출생 연도에 따라 어떤 운명 같은 것이 지배하는 듯싶다. 포도주도 빈티지가 좋은 해가 있듯, 사람 농사도 인재(人才)가 뭉쳐나는 해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마다 일정하게 인재가 태어나는 게 아니라 걸출한 인물이 한꺼번에 배출되는 해가 따로 있다. 그런 탓에 한국에서는 띠로 사람의 팔자를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12년 주기로 찾아오는 띠 동갑끼리도 유사성이 많다. 반면 서양에서는 별자리로 인간의 운명을 예견하고, 일본에서는 혈액형으로 인간 유형을 분류한다.

▷올해는 을유(乙酉)년 닭의 해다. 인류와 가장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닭은 사람에게 많은 이익을 주는 익조(益鳥)로 손꼽힌다. 또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과 많은 알을 낳는 닭의 다산(多産)에서 알 수 있듯 닭의 해에 태어난 이들은 부지런함과 창의력이 남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닭띠 중에는 문사(文士)와 문화예술인들이 유난히 많다. “닭의 해에 태어난 이들은 붓이나 마이크를 잡아야지 권력이나 돈을 잡을 생각은 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우선 1933년생 닭띠 인사들이 눈길을 끈다. 세계 최장기 시사성 일일 기명 칼럼을 집필하면서 100여 권의 저서를 갖고 있는 언론인 이규태, 100권이 넘는 시 산문집을 낸 시인 고은, ‘조선왕조 500년’ 등 수많은 방송극을 집필한 예술원 회원 신봉승,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넘나들며 50년 넘게 문운(文運)을 누린 동아일보 최정호 객원대기자 등이 동갑내기 닭띠 문사들이다. 20대 후반에 이미 당대의 문사가 돼 버린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또한 양력으로는 개띠지만 음력으로는 닭띠라던가? 1945년생 닭띠로는 40년 동안 인기 작가로 군림하고 있는 소설가 최인호가 있다.

▷문화의 큰 흐름이 문자에서 영상으로 변하면서 닭띠들의 경쟁력도 글에서 연기와 노래로 바뀌었다. 1969년 닭띠 연예인으로 하희라 신애라 엄정화 유호정 이소라 김현철 윤종신 주영훈 등이 있고, 1981년 닭띠는 전지현 강동원 김래원 조인성 김재원 소유진 장나라 휘성 유진 김태우 린 성유리 박정아 심은진 최정원 등 만능 엔터테이너들이 즐비하다. 참으로 놀라운 닭띠들의 운명이 아닌가.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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