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학계 일각에서는 ‘분단의 책임’ ‘대한민국 건국 및 1948년 체제’ ‘6·25전쟁의 책임 소재’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등에 대한 좌(左) 편향적 견해를 피력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견해는 일부 운동권세력의 반미(反美) 및 북한 주체사상 수용의 이념적 토대로 작용하는가 하면, 심지어 특정 교원단체의 의식화 수업 등을 통해 중고교생에게까지 무비판적으로 수용된다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친여(親與) 매체 등을 통해 이 같은 좌 편향 서술이 ‘절대 진리’인 양 거론되고 유포돼 온 측면을 간과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우리 현대사가 일제 강점과 분단 체제의 원죄(原罪) 때문에 객관적 역사 서술의 원칙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민족 자주 지향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40, 50대 중진 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현대사 재조명 작업은 종전에 국사학자들이 현대사의 역사 서술 및 해석을 독점해 오던 것에서 벗어나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국문학 학자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좌향좌를 우향우로 돌리는 선에서 그치지 않으리란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잘못 기술된 현대사는 지성과 학문의 위기를 넘어 나라의 정통성 부정(否定)과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의 자기 비하(卑下)로 귀착될 수 있다. 우리의 현대사는 결코 정치적 패권의 산물이거나 타협물일 수 없고,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의 결과여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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