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 20년간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꼽은 ‘초우량 기업의 조건’(1982년)의 저자이자 ‘현대 경영의 구루(guru·뛰어난 스승)’로 통하는 저자는 미래 경영의 출발을 ‘파괴’에서 찾는다.
‘9·11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를 ‘탱크와 미사일’로 무장한 미군이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기업들이 직면한 도전은 기존의 경영 및 관리체제와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질서는 하루빨리 파괴돼야 한다.
개선도 만족스럽지 않다. 저자는 너무도 많은 일들이 너무도 빨리 변화하는 ‘초경쟁’의 시대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낫게’ 만들려는 자들의 운명은 죽음밖에 없다고 과격하게 말한다. ‘파괴할 용기가 없으면 창조는 있을 수 없다.’
저자는 파괴의 전술 중 하나로 감성(感性)을 제시한다. 고객은 더 이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품질을 꼼꼼히 따져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그들을 감동시키는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토바이 회사인 할리 데이비슨은 단순한 오토바이를 팔지 않고 ‘반항적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경험을 판다. 경험은 하나의 환상적인 이야기이며 고객이 그 상품을 떠올렸을 때 꾸는 꿈이다.
그 꿈을 실현하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이키, 아르마니, 포르셰, 노키아, 질레트, 소니의 CEO에게 디자인에 대한 꾸밈없는 열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컴퓨터 회사 애플의 대표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영혼”이라고까지 했다. 디자인은 1억 원짜리 스포츠카 페라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300만 원짜리 소니 노트북 컴퓨터는 물론 5000원 짜리 질레트 4중 날 면도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감성, 꿈,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틀을 철저히 부숴버리는 리더가 되려면 열정, 참여, 헌신,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결단, 함께 떠나는 모험, 처절한 실패, 변화를 향한 지칠 줄 모르는 갈망 등이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오늘날과 같은 파괴적인 시대에는 전보다 자주, 더 크게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리더는 ‘멋진 실패’에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에 벌을 줄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무결점(zero-defects)’의 신화에 빠져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리더가 ‘무결점’의 기준에서 자신을 평가하면 직원들은 아무도 새로운 꿈을 생각할 수 없으며 결국 ‘멋진 실패’도 ‘위대한 성공’도 탄생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원제는 ‘Re-imagine’(2003년).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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