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경제강대국 흥망사…’ 번역 주경철 교수

  • 입력 2005년 1월 7일 16시 47분


미국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그(68)는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지냈으며 미 연방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일한 바 있다. 그의 역작인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까치)은 이탈리아에서부터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으로 이어지는 세계 경제 대국들이 어떻게 흥하고 왜 쇠락했는지를 다뤘다. 이 책을 번역한 서울대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45·사진)는 주로 근대 세계경제의 형성사를 분석해 온 학자. 이 책 역시 그 같은 작업의 하나로 우리말로 옮겼다.

주 교수는 “미국이 1960년대 이후 누리던 확고부동한 ‘제1국가’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던 1996년에 이 책이 씌어졌다”며 “당시 미국인들은 외국으로부터 자본과 상품이 끊임없이 유입돼야 경제가 유지되는 상황인 데다 일본과 독일의 부상(浮上) 등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킨들버그 씨는 한 나라가 흥하게 된 이유만큼 쇠락하게 된 이유도 정밀하게 따지고 있지만 전 역사를 통틀어 설득력을 갖는 단일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의 활력, 생명력을 요인으로 제시하는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강소국(强小國)으로 꼽히는 네덜란드가 한때 중개무역으로 세계 제1의 경제 패권을 쥐었던 시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의 석사와 박사 학위 논문들은 네덜란드의 이 같은 흥성기를 다룬 것이다. 그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해군력은 상당했지만 지금의 미국과 달리 군사력에서 결코 강국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활력을 보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8세기 영국이 시대적 과제인 ‘산업화’에 국력을 쏟아 부을 때 네덜란드는 중개무역에 치중하는 답보적 상태였으며, 이것이 곧바로 ‘세계 제1국가’의 자리를 내주는 퇴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대가 바뀌면 국가는 자기혁신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과거의 성공방식에 집착하는 국가는 뒤처지고 만다는 것이 이 책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19세기 중후반 절정기였던 영국이 쇠퇴하게 된 요인에 대해 ‘과거 자유무역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고, 거액의 대외투자를 함에 따라 국내 투자기회가 줄어들었으며, 거대 제국을 이룸에 따라 방위비 부담이 과다했다’고 설명한다. 효율적인 대기업을 만들기에는 경직돼 버린 제도들, 노동조합의 저항도 이유로 들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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