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여고생 반에 ‘꽃미남’ 봉구(이지훈)가 교생으로 온다. 조숙한 여고생 탤런트 백세미(신주아)와 아직 초경을 경험하지 못한 오성은(강은비)이 봉구를 두고 다툼을 벌인다. 백세미는 “만약 네가 학교 축제 때까지 교생과 성관계를 가지면 내가 포기하겠다”고 내기를 제안한다. 오성은은 단짝친구 방수연(전혜빈) 김미숙(박슬기)의 도움을 받아 교생과 관계를 갖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여고생이 생리대를 뒤집어 착용해 난감한 사태에 빠지고, 콘돔을 껌처럼 씹어대며, 교생은 발기될 때마다 방귀를 뀌고, 담임교사는 여제자에게 침을 흘리는 이 영화의 품질을 여기서 논하고 싶진 않다. 10대용 한정기획 상품인 이 영화가 좀 ‘저질’이면 어떤가. 재밌으면 그만이지.
전편에 이어 정초신 감독이 연출한 ‘몽정기2’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늘어놓지만, 정작 그 사건들은 동심원을 이루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다. 이는 이 영화가 청소년의 성적 방황을 일종의 성장통(成長痛)으로 봤던 전편과 달리, 어떤 시각이나 태도도 성가신 듯 벗어던진 채 그저 ‘재밌지? 재밌지?’만을 관객에게 되묻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여고생) 속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남자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듯한 이 속편엔 욕망 대신 음담패설이, 고민 대신 행위가, 성장 대신 게임만이 있을 뿐이다. 이 영화가 막판에 이르러 교생에 대한 성적 환상을 일거에 접고 ‘방황 끝’을 선언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의미를 찾으려는 것도 결국엔 뜬금없는 구색 갖추기로 보이는 것이다.
요즘 여고생들은 ‘첫 경험’을 정말 ‘내기의 재료’ 정도로 여길까? 교생과 한 번 자 보려고 생난리를 치는 여고생의 모습에서 10대가 과연 대리만족을 느낄까. 아참, 또 잊었다. 재밌으면 그만이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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