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이 쇼핑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번 쇼핑에 나서면 3시간도 좋고 4시간도 좋다며 무작정 남편들을 ‘끌고’ 다니기 때문이다. 만약 남편이 그런 식으로 술집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으면 이를 참아낼 아내가 몇이나 될까. 몇 시간을 돌아다닌 아내가 결국 처음 들렀던 가게의 물건을 골라들 때 남편들은 그야말로 ‘뚜껑이 열리는’ 상태가 된다. 몇 마디 구시렁거리다간 곧바로 “언제 옷 한번 사준 적이 있느냐”느니 “관심과 애정이 식었기 때문”이라는 힐난을 듣게 된다.
▷주요 백화점들이 남편들의 쇼핑 기피증에 착안해 남성 전용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탁월한 마케팅전략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이 지난 연말 여성정장 매장 안에 남편 전용 공간인 ‘카페 허즈(Cafe-Hus)’를 선보였고, 올 들어 중동점에 쇼핑에 지친 남편을 위한 북 카페(Book Cafe)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올 상반기 중 남성 전용 휴식공간을 마련할 예정이고, 롯데백화점 분당점도 명차(名車) 전시회 등 남성 볼거리 제공에 나서고 있다.
▷독일에는 여성들의 쇼핑 때 남성을 맡아주는 식당이 있다. 영국 BBC는 이를 ‘탁아소(Kindergarten)’에 빗대 ‘탁남소(Mannergarten)’라고 불렀다. 영국 백화점에도 지난 연말 ‘어른놀이방’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쇼핑심리학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남녀가 짜증내지 않고 쇼핑하려면 결코 72분을 넘기지 말라고 충고한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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