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누구나 이야기꾼이다.
책을 읽어주다가 종종 아이가 좀 더 재미있어 할 만한 내용으로 슬쩍 상황을 바꾸기도 하고, 없는 내용을 꾸며 내기도 한다. 이 책은 엄마의 이야기 솜씨를 잘 발휘할 수 있는 ‘글 없는 그림책’이다.
첫 장을 넘기면 ‘어느 잿빛 아침, 택시 운전사 쥐돌이에게 일어난 이야기…’라는 단 한 줄만 적혀 있을 뿐 마지막 장까지 글 없이 오로지 수십 컷의 그림만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글 없이도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그림들은 친절하고 풍부하다. 색연필과 파스텔, 크레용을 이용한 그림은 색감이 따뜻하고 부드러워 이 책의 내용과도 잘 어울린다.
착한 택시 운전사 쥐돌이가 손님이 놓고 내린 빨간 목도리를 돌려주는 과정에서 겪는 모험이 큰 줄거리. 택시에서 내려 서커스장으로 들어가 버린 손님을 뒤쫓아 간 쥐돌이는 서커스장의 사자에게 잡아먹힐 뻔하기도 하고, 짓궂은 단원들에게 목도리를 빼앗기기도 한다. 심지어 얼떨결에 서커스 무대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묘기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빨간 목도리의 주인(마술사)을 만나게 되고 쥐돌이는 관객으로부터 따뜻한 갈채를 받는다는 내용.
남의 것을 주인에게 돌려주려는 정직함과 책임감, 그리고 이에 따르는 보상(박수) 등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글 없는 그림책의 장점은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이해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글 없는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줄 때는 엄마가 먼저 책을 꼼꼼히 읽고 내용과 그림을 미리 다 파악해 둬야 한다. 정해진 텍스트가 없는 만큼 다양한 어휘 선택이라든가, 풍부한 의성어 의태어 사용은 전적으로 엄마의 몫.
또 엄마가 이야기를 만들어 일방적으로 책을 읽어주기보다는, “쥐돌이가 여기서 뭐라고 말했을까?” “이건 무엇을 하고 있는 그림이지?” “사람들이 왜 박수를 쳤을까?” 하고 그림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함께 이야기를 꾸며 나가는 것이 좋다.
말이 서투른 3, 4세 정도의 아이에게는 엄마가 질문을 던져가며 책을 읽어주고 말이 능숙한 연령의 아이라면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시켜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 혼자 시키면 부담스러워하거나 중간에 싫증 낼 수도 있으니 엄마와 아이가 한 쪽씩 번갈아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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