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康佑碩) 감독의 새영화 '공공의 적2'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첫 시사회를 갖는다. 돈만 아는 파렴치 재력가를 '공공의 적'으로 설정,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강철중' 검사가 이에 맞서 '거악'을 척결한다는 내용. 전편에서 무능한 비리경찰을 연기했던 설경구(薛景求)가 이번엔 열혈 강력부 검사로 변신했다.
강 감독은 지난주 검찰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검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1편이 마무리지을 때쯤 심각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존속살인범이 과연 공공의 적일까. 몇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엽기살인마 보다는 사회의 벽(壁)처럼 버티며 부를 쌓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진 자'들이 진짜 공공의 적이 아닐까 하는…. 그러자 검찰만이 이 시대 진짜 '공공의 적'을 척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 감독은 "시민들이 연쇄살인범 같은 '잡범'의 난동에 대해 '저놈이'란 정도만 얘기하는 것과는 달리 여의도 사람(정치인)이 돈을 받아 챙기는 사건에 대해서는 쌍욕을 붙이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도 했다.
강 감독은 2003년 12월 대검에서 '실미도' 시사회를 열면서 자신의 생각을 검찰에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이 정도 영화(실미도)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이라면 적극 후원하라"며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는 후문.
검찰은 강력통인 대검 연구관 김희준(金熙準) 검사를 자문역으로 강 감독에게 소개해줬고, 김 검사는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보도한 신문 스크랩과 대검 자료를 강 감독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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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감독은 영화 촬영 중간중간 의문나는 점이 떠오르면 시도때도 없이 김 검사에게 전화해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가령 강력부가 조직폭력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점을 알게 됐을 때 정치인 수사는 특별수사부에 이첩해야하는지를 묻고, 강력부에서 정치인 수사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는 식. 또 여성 시나리오 작가는 검찰의 협조 아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조사실에서 수사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강 감독은 "주연배우 설경구가 대사에 빈번히 등장하는 법률용어 때문에 너무도 힘들어 했다며 차라리 영화 '역도산' 찍을 때처럼 몸무게 20~30㎏ 불리고 빼는 게 낫다고까지 하더라"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강 감독은 그러나 영화가 무작정 검찰의 좋은 모습만 부각시키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강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검사란 막연히 사법시험을 합격해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을 종결하는 직업인 줄만 알았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검사들이 참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죠"라고 말했다.
'공공의 적1'에서 나이 많은 경찰 간부의 뺨을 때리는 젊은 검사를 일종의 '공공의 적'으로 그렸던 점에 비출 때 인식 변화가 많았음을 감지하게 하는 대목이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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