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이후 연말 성인가요 가수상을 번갈아 수상하며 한국 트로트(성인가요)계를 이끌고 있는 두 가수는 공통점이 많다. 젊었을 때 가수가 되겠다며 무일푼 상경했고, 1970년대 초 첫 히트곡을 냈으며,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가서 고생하는 등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귀국해 다시 가수로 복귀한 시기도 거의 같다. ‘옥경이’ ‘동반자’(태진아)와 ‘당신은 내 여자’ ‘아내의 생일’ (송대관) 등 아내를 위한 노래도 각각 두 곡씩 발표했다. 또 모두 아들만 둘이다.
다른 점은 음색. 태진아는 고음, 송대관은 저음의 가수로 서로 다른 느낌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송대관과 태진아는 “우리 둘은 상대가 없으면 존재가 무의미해지면서도 가끔은 서로가 사라져주기를 바라는 지독한 라이벌 관계”라며 웃었다. 두 가수를 17일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서로를 치켜세우거나 깎아내리는 농담으로 절친한 우정을 과시했다.
△태진아=형, 귀 뚫었네. 머리 물감들이더니 귀까지? ‘코요태’의 신지랑 ‘사랑해서 미안해’ 듀엣을 하더니 참 대단해.
△송대관=그런 것도 있고 신경통에 좋다고 해서 보름 전에 뚫었지. 바빠? 전화도 잘 안하고 말야. 요샌 무슨 얘기로 (무대에서)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태=우리 부업으로 약 장사 하는 TV 광고 이야기하면 관객들이 좋아하더라고. 이젠 어디 가면 “송대관 씨는 안 왔어요?”하고 물어서 대답하기 힘들어. 그럴 때마다 내가 ‘옥경이’를 부르니까 ‘우리 순이’ 부르고, ‘노란 손수건’ 들고 나오니까 ‘차표 한 장’ 들고 나와 흔들고, 만날 따라하는 사람하고는 같이 안 다닌다고 말해주지.
△송=그게 노래냐? 돼지 멱 따는 소리지. 하하…(송대관은 사실은 태진아의 고음역대 노래를 들을 때마다 탄복한다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한바탕 신경전을 펼쳤다. 그러다가 트로트의 침체로 이야기가 옮아가자 이내 진지해졌다.
△송=방송에서 성인가요에 대한 시간 배정이 10%도 안돼. 트로트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어. 40, 50대 가장들이 목소리를 안 내지만 자신들이 좋아할 노래를 들을 권리는 크지 않은가. 10대 위주의 가요시장에서 틈새를 노리고 있지만 잘 안 돼.
△태=하지만 트로트 가수들도 잘못이 있어. 형은 신지와 듀엣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만 대부분의 가수들은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잖아. 내가 DJ(KBS2 라디오 ‘태진아의 쇼쇼쇼’)를 하는 것도 트로트의 맥이 끊어지지 않게 하려고 하는 일이야. 일본만 해도 엔카 가수들에 대한 배려가 있는데 참 아쉬워.
△송=그건 그렇고 너 어디 1년만 좀 갔다 와라. 내가 신나게 해먹게.
△태=안 그래도 형에게 멋진 저음을 발휘할 수 있는 곡을 써주려고 하는데. 인생에 남는 ‘국민가요’로.
△송=뒤늦게 출세하게 생겼군. 그러고는 날 조용히 보내려고?
△태=형이 없으면 나도 안 되지. 우리 둘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줘야지.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은 각각의 히트곡을 비롯해 듀엣곡도 한두 곡 함께 부를 예정이다. 공연 연출을 맡은 에이스비전의 김일태 대표는 “이번 무대에서는 두 사람이 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뮤직 다큐멘터리 ‘동감기록’으로 설명해보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2월 5일 오후 3시와 8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신관 3층 컨벤션홀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5만5000∼13만 원. 02-335-6937∼8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