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호랑이’…“할머니, 오늘밤 호랑이 오면 어떡해”

  • 입력 2005년 1월 21일 17시 02분


◇호랑이/김기정 글·이성표 그림/108쪽·1만5000원·어린이 작가정신(초등 저학년)

“옛날에 옛날에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들은 왜 하나같이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인 걸까.

우리에게 호랑이는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어려서부터 ‘호랑이 담배 먹던’ 얘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옛날이야기뿐 아니라 속담에도, 민요에도, 민화에도 호랑이는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밀어 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멀게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호랑이부터 가깝게는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까지 수천 년 동안 호랑이는 우리 곁을 지켜 왔다.

동화작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호랑이의 다양한 모습과 정보를 4장으로 나누어 재미있게 소개했다.

우선 ‘옛날이야기 속 호랑이’에는 전래 동화에 나오는 어수룩한 호랑이, 폭군을 상징하는 호랑이, 바보 같은 호랑이, 무서운 호랑이 등이 등장한다.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수한 입말로 풀어 쓴 호랑이 이야기가 저자 나름의 새로운 해석과 함께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 속담이나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관용어 중 호랑이가 들어간 말들을 찾아보고 그 뜻을 살펴보기도 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호랑이 없는 산은 산이 아니다’ ‘고양이 보고 범 그린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호랑이가 날개 단 격’….

갓 걷기 시작한 강아지가 멋모르고 호랑이에게 짖어대는 이야기(‘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를 들려주면서 저자는 “이때 호랑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고 묻고는 코믹한 대답을 던지기도 한다.

“애들은 제발 가라, 응?”

또 힘없는 동물들의 박수를 받으며 얼씨구절씨구 끝없이 춤추는 호랑이 이야기를 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맨 윗자리에서 거드름을 피우는 호랑이 같은 이들은 어디에든 있기 마련이야. 옆에서 박수를 쳐대는 이들은 더 많지. 어른이 되어서 이렇게 되진 말아야 할 텐데…” 하고 세상살이를 꼬집기도 한다. ‘고양이 보고 범 그린다’는 속담을 설명하면서는 ‘호박에 까만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 법. 어른들 가운데서도 고양이와 호랑이를 가늠할 줄 모르는 이가 적지 않다’고 일침을 놓기도 한다.

수명, 몸무게, 거주지, 버릇, 종류와 특징 등 호랑이에 대한 기본 정보에서 북한의 민요, 박지원의 ‘호질’, 신재효의 ‘수궁가’, 홍명희의 ‘임꺽정’ 등 각종 문헌 속의 호랑이와 동서양 문화에 나타난 호랑이의 차이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라는 소재를 폭넓게 다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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