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10년 후, 세계/공병호 지음/264쪽·1만 원·해냄
2001년 ‘9·11테러’는 세계를 그 전과 그 후로 나누는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 피터 슈워츠가 이 책에서 인용한 미국 공상과학소설가 버너 빈지의 ‘특이점(singularity)’인 것이다. 인간의 경험이 과거와 영구히 달라지는 지점인 특이점은 ‘예전 모형들은 모두 폐기돼야 하고, 새로운 현실이 지배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유명한 미래예측가인 슈워츠는 이 책에서 ‘9·11’을 기점으로 한 세대 뒤인 2030년의 세계를 예측한다.
그가 내다보는 25년 뒤의 미래는 ‘피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 저자는 놀라운 일들이 대부분 예측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들의 씨앗은 바로 오늘, 움직이는 경향과 흐름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1978년에 석유 가격의 하락, 냉전 종식과 구소련의 몰락, 일본의 호황과 뒤이은 불황 등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역자들이 원제(Inevitable Surprises·피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와 달리 ‘이미 시작된 20년 후’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렇다면 2030년의 나무가 될 현재의 씨앗과 그 결과는 무엇일까.
슈워츠는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은퇴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미국의 경우)에서 노인들이 나이에 비해 건강해지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사회를 점친다. 육체 대신 두뇌를 사용하는 업무가 늘어나는 일터는 젊은이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복잡한 일의 대처 능력이 뛰어나며 부양가족이 없어 자식 교육비 등 복지비용이 덜 드는 노인들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꾸준히 강화된 생산성 향상과 세계화, 인프라 혁신의 세 가지 추세가 장기호황을 다시 불러온다는 예측은 희망적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유례없는 힘을 가졌지만 명분이 부족한 이라크전을 일으킨 ‘불량배 슈퍼파워’ 미국의 영향력은 무제한적 범위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적법한 협력을 추구하는 ‘질서를 존중하는 나라들’의 연대가 이를 견제할 것이다.
테러, 종교 분쟁, 마약전쟁, 인종 갈등, 전염병,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 등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의 목록이 있지만 ‘생물전자공학’과 생명공학의 발전 등 생명공학에 기반을 둔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원의 현실화 등은 ‘기적과 경이로움의 나날들’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슈워츠의 책이 지구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조망했다면 공병호의 저서는 한국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본다. 지난해 ‘10년 후, 한국’으로 한국사회의 아픈 현실을 지적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그가 이번에는 한국과 한국인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세계의 변화를 전망했다.
저자는 미국의 패권이 지속되고 중국이 부상하는 세계 질서에서 한국은 감정에 치우친 명분론이 아닌 실리를 바탕으로 움직여야 하며, 단일시장화하는 세계 속에서 자유무역협정이 살길이라고 본다. 자원을 둘러싼 전쟁은 가열되며 달러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부는 더 이상 육체가 아닌 머리에서 나오며 아름다움이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본다.
두 책은 모두 미래에 닥칠 ‘놀라운 일’을 부정하거나 방어에 급급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부정과 방어는 무책임하며 결국 변화에 휘둘리게 되기 때문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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