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19분


지렁이는 저 ‘구들짝’ 사내의 조상이 분명하지요. 제가 장담해요. 지렁이는 그 사내의 할아버지이며, 아버지며, 사촌이며, 조카이며, 형제가 분명하지요. 물론 나의 조상이며, 후손이기도 하고요. 한 줌의 흙을 쥐어보세요. 얼마나 많은 생명의 몸이 버무려진 반죽인가요? 그중에서 지렁이와 달팽이와 새와 인간을 가려낼 수 있나요? 우리 모두 저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건, 몸의 기억 때문이겠죠. 올 한 해 우리도 지렁이를 조상으로 모시면 어떨까요. 내년엔 달팽이를.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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