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DVD로 다시 보는 추억의 명화

  • 입력 2005년 1월 24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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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 의 한 장면.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운드 오브 뮤직' 의 한 장면.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 시절에 보았던 영화들은 삶의 또 다른 유물이다. 울고 웃으며 봤던 영화에는 그 영화를 보던 때의 삶의 기억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흘러간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단지 영화의 감동을 재음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의 내 삶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설 명절에는 흩어져 살던 가족 친척들을 만나게 된다. 여러 세대의 가족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화두도 어쩌면 흘러간 옛 영화가 아닐까. 극장은 물론이고 비디오로도 보기 힘든 고전 영화들이 DVD의 보급으로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세대 차이가 없는 화두 ‘올드 무비’=설, 추석 같은 명절이면 TV에서 연휴 맞이 단골 영화로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고전 영화가 방영된다. 필자도 어릴 때부터 수없이 보고 또 본 영화들이지만 질리는 법이 없다. DVD의 등장으로 복권돼 신작 영화와 함께 DVD로 다시 발매되고 있는 이들 올드 무비의 인기는 의외로 뜨겁다.

‘닥터 지바고’ ‘로마의 휴일 특별판(SE)’ ‘찰리 채플린 프리미엄 컬렉션’ ‘쿼바디스’ ‘아라비아 로렌스’ 등의 DVD가 나올 때마다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 있는 영화라도 한두 달이 지나면 판매량이 급감하기 마련인데 옛 명화 DVD들은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팔린다. DVD업체들로서는 효자상품인 셈이다. 세월의 흐름도 이겨낸 영화들인 만큼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아이들까지 전 세대 누구나 나름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옛 영화를 첨단 DVD로 봐야 하는 이유=우선 DVD판에서는 감독 배우들의 회고담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닥터 지바고’ DVD에는 주인공 오마 샤리프가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모습으로 나타나 고인이 된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내와 함께 영화 제작 당시의 일화와 감회를 들려준다. 오선 웰스의 ‘시민 케인 특별소장판’에는 미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해설이 수록돼 있다.

고전 영화 DVD가 TV에서 방영될 때와 가장 다른 점은 영화를 오리지널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것.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 장면을 TV로 볼 때면 퇴역 해군대령 트라프의 7남매 중 두세 명이 화면에서 잘려 보이지 않는다. 원래 이 영화의 가로 세로 비율이 2.20 대 1이라 TV화면에는 전체가 나오지 않는 것. 그러나 DVD로 보면 7남매를 모두 찾을 수 있다. ‘벤허’ ‘십계’ ‘콰이강의 다리’ 등도 DVD로 볼 때 웅장한 와이드 화면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게다가 TV로 방영될 때는 한국어로 더빙한 성우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지만 DVD에서는 실제 배우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로마의 휴일’ ‘아라비아 로렌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같은 옛 영화는 디지털 복원을 통해 개봉 당시의 또렷한 화질을 DVD에 담는 데 성공했다. 잡티 하나 찾아보기 힘든 말끔한 영상을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아시아 고전 영화도 부활=옛 영화 DVD 중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비롯해 ‘사랑은 비를 타고’ ‘마이 페어 레이디’ ‘오클라호마’ ‘7인의 신부’ 등 주옥같은 뮤지컬영화 DVD는 화면뿐만 아니라 귀에 익은 노래들로 추억을 더욱 강하게 자극한다.

고전 영화의 DVD로의 부활이 할리우드 흥행작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홍콩 고전 무협영화 ‘협녀’(후진취안·胡金銓 감독)와 ‘7인의 사무라이’ ‘란’(이상 구로사와 아키라) ‘동경이야기’(오즈 야스지로) 등의 아시아권 고전 명화도 DVD로 잇달아 부활하고 있다. ‘무방비 도시’(로베르토 로셀리니) ‘400번의 구타’(프랑수아 트뤼포) ‘품행제로’(장 비고) 등 명작 유럽 영화도 DVD로 속속 발매되고 있다.

한국 영화의 고전도 이제 DVD로 만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최근 ‘한국 최초의 컬트 감독’으로 꼽히는 고 김기영 감독이 조선 후기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양산도’(1955년)와 8·15 광복 직후 항일운동을 최초로 다룬 최인규 감독의 ‘자유만세’(1946년) 등 2편을 전문가 해설까지 담아 DVD로 선보이며 고전 영화 살리기에 나섰다. 한국 고전 애니메이션으로는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브이’가 DVD로 나와 있다.


김종래 파파DVD 대표 jongrae@papadv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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