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재호]X 파일과 韓流

  • 입력 2005년 1월 26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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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X파일’로 한류(韓流)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사실이 아니거나 부풀려진 내용으로 해당 연예인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한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벌써 일본과 중국의 언론은 파일 내용과 유출 경위를 상세히 보도하고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용사마(배용준)도 피해자”라고 보도했고, 베이징의 한 일간지는 “X파일로 한류가 한류(寒流)를 맞고 있다”고 소개했다.

▷불행한 일이다. 모처럼 우리의 문화적 상상력이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을 인정받아 밖으로 뻗어나갈 기회를 맞았는데 피기도 전에 시드는 격이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 법정 공방이 벌어지더라도 그 내용이 주변국 언론에 의해 이용되거나 침소봉대(針小棒大)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한류 스타, 특히 남자 스타들에 대한 질시가 비판적 보도의 숨은 원인이라는 지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용사마’ 열풍을 일으킨 ‘겨울연가’가 한일 두 나라 경제에 미친 효과는 2조4000여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류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갖는 문화적 힘에 있다. 냉전 종식과 함께 국제정치의 흐름은 전통적인 국가 이익과 힘(power) 중시에서 제도와 규율, 문화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른바 ‘제도의 부활’이다. 제도를 가능케 하는 것은 국가간의 소통(疏通)이고, 소통은 결국 문화에 의해서 완성된다.

▷한류를 “국제자본과 강대국의 패권주의가 결합해 만들어 낸 신(新)자유주의의 산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심지어 “일본이 신대동아공영 전략에 따라 해당국의 10대 우상들을 (의도적으로) 양산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모두 자학(自虐)이다. 그보다는 우리의 문화적 역동성을 믿고, 한류가 아시아를 하나로 이어 주는 소통의 첨병이 될 수 있도록 귀히 여기고 도와 주는 것이 바른 자세다. 이런 점에서 X파일 소동이 주는 교훈은 작지 않다.

이재호 논설위원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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