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박 전 대통령이 쓴 각종 현판 철거를 추진하고, 10·26사태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공개된 데 이어 1970, 80년대 주요 정치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등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올드보이’의 박찬욱(朴贊郁) 감독은 국가정보원의 과거사 진상규명 대상에 올라있는 1974년 인민혁명당 사건을 영화화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민주노동당 당원.
또 1980년 언론통폐합을 소재로 한 ‘TBC 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가제)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사수대를 이끌었던 고 윤상원 씨의 이야기도 영화화된다. 특히 윤 씨 이야기는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의 친동생인 유인택(柳寅澤) 씨가 대표인 제작사 ‘기획시대’에서 만들 예정. 유 씨는 유 의원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 서울대 운동권 출신이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이러한 과거사 들추기 작업들이 민간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 문화계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역공의 대상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25일 “문제가 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대부분의 핵심 당직자들이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못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문화계 내 과거사 규명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볼 때 여권과의 ‘코드 맞추기’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지만 확증이 없어 당장 손을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문화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표현의 자유 제약 등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튈 수 있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한나라당은 당분간 ‘무시 전략’으로 상황을 관망하면서 민생행보에 주력할 예정. 박 대표는 26일 충북 청원군 일대의 아파트 건설현장과 유기농 시설채소 단지 등을 찾았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최근 ‘문화공세’를 포함한 범여권의 각종 공격에도 박 대표에 대한 지지율 변화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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