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안을 그리자
퇴근 즉시 달려온 이 씨는 넥타이를 풀 새도 없이 작업대 옆에 앉았다.
“우리 아기에게 줄 선물인데 열심히 만들어야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액자 크기의 종이 위에 각종 도안을 그리는 일. 이 디자이너의 지도로 천사 그림과 사진이 들어갈 위치 등을 그려 넣은 뒤 트레이싱 페이퍼를 그 위에 대고 흰색 잉크 펜으로 똑같이 본을 뜬다.
나중에 다른 색을 입히거나 수정할 때가 있으므로 본을 뜰 때 초보자는 가능한 한 흰색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트레이싱 페이퍼와 도안 종이는 양옆, 위아래를 테이프로 서로 붙여야 그림이 어긋나지 않는다.
○색을 입히자
도안을 옮긴 트레이싱 페이퍼 내 그림에 파스텔로 원하는 색을 칠한다. 색을 칠한 부분은 면봉이나 휴지에 오일을 발라 문질러줘야 착색이 잘되고 파스텔의 은은한 느낌이 살아난다.
“아기가 무슨 색을 좋아할까. 어떤 색을 칠해주면 좋을까?”
색 하나를 고를 때도 신중한 이 씨의 진지함이 아내 박 씨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주의할 점은 흰색 잉크로 도안을 옮긴 면 뒷면에 색을 칠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장식으로 사용하는 부분이 색을 칠한 반대 면이다.
○구멍을 뚫자
다음은 트레이싱 페이퍼에 그려진 그림의 선을 따라 바늘이나 송곳을 이용해 구멍을 뚫는 작업(퍼포레이팅). 구멍의 간격과 크기가 일정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잔손질이 가장 많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부분으로 초보자는 복잡한 도안보다는 간단하고 평이한 그림으로 먼저 연습을 해야 한다.
바늘을 사용할 때는 2, 3개를 일렬로 묶어서 사용하면 간격도 일정해지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간단한 줄 알았는데 잔손질이 많이 가네요.”
퍼포레이팅이 세밀하고 섬세할수록 작품이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것이 이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예술은 역시 어려워요.”
이 씨는 “이런 노력을 아기가 알아줘야 하는데…”라며 연방 너스레를 떨었다.
○올록볼록 엠보싱
전사펜을 이용해 도안 그림 안쪽을 살짝 긁어주는 작업. 색을 입힐 때처럼 사용할 부분의 뒷면에서 긁어줘야 한다. 트레이싱 종이의 뒷부분을 긁어주기 때문에 실제 보이는 부분은 살짝 도톰하게 부풀어 올라 입체감과 볼륨감을 줄 수 있다.
전문가는 양각과 음각을 동시에 사용해 다양한 효과를 주지만 초보자는 양각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때 힘 조절이 중요. 너무 세게 주면 트레이싱 페이퍼에 구멍이 뚫리므로 적당한 힘 조절이 필요하다.
또 트레이싱 페이퍼 자체는 투명색이지만 살짝 긁어주면 불투명 흰색의 선이 그려지므로 이 효과도 함께 나타나게 된다.
“역시 언제나 힘 조절이 중요하죠. 하하하.”
○마무리 작업
트레이싱 페이퍼에 표시한 사진 붙이는 부분을 뜯어내고 그 안에 색지를 대면 일단 작품은 완성. 기호에 따라 작은 꽃무늬 장식을 주위에 붙이면 더욱 화려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꽃무늬 장식은 다양한 문양이 그려진 천공기(문구점에서 판다)를 구입해 그대로 찍어내면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트레이싱 페이퍼를 액자에 끼우자 훌륭한 파치먼트 아트 액자가 완성됐다.
“한 쪽에는 아기 손, 발, 얼굴 등의 사진을 넣을 거고요, 다른 한편에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넣을 생각이에요. 아마 우리 아기 선물로는 최고가 될 것 같습니다.”
완성된 액자를 사이에 두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부부.
이 씨는 “아기를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절로 행복해진다”며 “그저 탈 없이 건강하게만 커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취재 협조=크래프트 러브·02-933-9649 www.craftlove.co.kr)
글=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육아일기 쓰는 최고 아빠가 될게”▼
안녕! 우리 아가!
이제 며칠 있으면 너를 만날 수 있겠구나. 요즘 아빠의 하루는 네가 세상에 나올 날만을 고대하는 기다림의 연속이란다.
네가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 부를 ‘은선’이라는 이름을 지어놓고 수시로 엄마 배에 입을 대고는 “은선아! 들리니?” 하고 외쳐보곤 하지.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아빠가 된다고 생각하니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왠지 모르게 솟아오르더구나. 아빠의 부모님도 그렇게 아빠를 낳고 키우셨겠지 하는 생각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엄마가 태교일기를 쓸 때 옆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던 아빠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아. 네가 태어나 진짜 이름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아빠도 육아일기를 쓸 거란다.
조금씩 무럭무럭 자라는 너의 생활을 기록하고, 그 느낌을 적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벌써부터 미소가 절로 나는구나.
그리고 아빠가 계획하고 있는 게 있는데… 음… 뭐냐면….
올해부터 금연하면서 모은 담뱃값으로 네 예금통장을 하나 만들어주고 싶어. 아빠의 건강도 챙기면서 너와 함께하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계획이지.
뭐? 아빠가 최고라고? 그럼, 그럼.
매일 밤 엄마 배 마사지를 해주고 나서 아빠는 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쭉쭉 펴는 연습을 한단다. 우리 은선이 태어나면 아빠 다리 위에 태우고 재미있게 미끄럼틀 태워주고 싶거든. 그러려면 네가 무럭무럭 자라야겠지?
너랑 엄마랑 아빠랑 함께 예쁘고 행복한 럭키하우스에서 행복을 가꿔 나가자꾸나.
-아빠가 은선이 얼굴을 그리며.
:파치먼트 아트란?:
특수 제작된 종이(양피지 또는 트레이싱 페이퍼)에 문양을 만들어 북마크, 시계판, 컵 받침 등 각종 소품 장식을 만드는 것. 예를 들어 시계의 경우 시간이 적힌 시계판을 파치먼트로 만들어 사용하는 식이다.
원래 프랑스, 스페인의 수도사들이 양피지를 이용해 종교 그림의 장식을 만든 데서 유래했으며 요즘은 양피지보다 구하기 쉬운 트레이싱 페이퍼를 많이 이용한다.
기본 재료는 트레이싱 페이퍼, 엠보싱 판, 퍼포레이팅 판, 전사펜, 바늘이나 얇은 송곳, 잉크 펜과 화이트 잉크, 오일과 파스텔, 면봉 등이 필요하다.
엠보싱 판이란 트레이싱 페이퍼에 그린 그림을 전사펜으로 문지를 때 밑에 대는 판. 가죽 정도의 재질감이 나는 것이면 무엇이든 큰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 퍼포레이팅 판은 트레이싱 페이퍼에 그린 그림에 구멍을 뚫을 때 밑에 대는 판으로 PVC판으로 대용할 수 있다.
전사펜, 화이트 잉크, 오일, 트레이싱 페이퍼 등은 대형 문구점이나 화방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다음에는 천연 화장품 만들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친구나 가족을 위해 천연재료로 화장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분은 위크엔드(weekend@donga.com)로 참가를 원하는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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