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첼로 마라’…명기 첼로 ‘마라’의 희노애락 300년

  • 입력 2005년 1월 28일 16시 36분


◇첼로 마라/볼프 본드라체크 지음·이승은 옮김/227쪽·1만2000원·생각의 나무

사람은 길어야 한 세기를 산다. 활동 기간이라고 해야 30∼50년 남짓한 짧은 시간에 국한된다. 그러나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명품 현악기들은 벌써 3세기를 ‘현역’으로 살아왔다. 그들의 활동을 낱낱이 기록한다면 클래식음악 문화를 관통하는 거대한 연보를 만들고도 남을 것이다.

이 책은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명기 중에서도 걸작에 속하는 첼로 ‘마라’의 역정을, 상상력을 가미해 악기의 시각에서 써내려 간다.

스트라디바리의 집을 벗어난 이 첼로는 술에 절어 있는 천재 첼리스트 조반니 마라를 만나 그의 이름을 얻고, 악기를 함부로 다루는 알레산드로 페체의 손에 들어가 원치 않는 ‘수술’을 당하기도 한다. 아르헨티나의 첼리스트 카를로스 톤퀴스트는 이 악기에 이성과 같은 사랑을 보냈고, 그의 애인은 심지어 질투를 숨기지 않았다.

오늘날 이 명기는 현역 첼로 대가인 하인리히 시프의 손에서 즐겁게 노래하고 있다. 시프는 “그토록 많은 역정을 거친 이 악기가 내 손에 있다니!”라며 만족을 표시한다. 그가 ‘마라’에 앞서 소유했던 과다니니 첼로는 오늘날 장한나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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