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혼들은
푸른 별들을 갖고 있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어떤 영혼들은…>
어떤 순결한 영혼은 먹지처럼 묻어난다. 가령 오늘 점심에는 사천 원짜리 추어탕을 먹고 천 원짜리 거슬러 오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까박까박 조는 남루의 할머니에게 ‘이것 가지고 점심 사 드세요’ 억지로 받게 했더니, 횡단보도 다 건너가는데 ‘미안시루와서 이거 안 받을랩니다’ 기어코 돌려주셨다. 아, 그걸 점심 값이라고 내놓은 내가 그제서야 부끄러운 줄 알았지만, 할머니는 섭섭다거나 언짢은 기색 아니었다. 어릴 때 먹지를 가지고 놀 때처럼, 내 손이 참 더러워 보였다.
― 시집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열림원) 중에서
순결한 영혼이 묻어난 손이 더럽다니요. 무안은 하셨겠지만 ‘까박까박 조는 할머니’의 허기를 지나치지 않으셨는걸요. 할머니와 시인 사이 오고 간 것은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아니로군요. 마음이 가고 마음이 오는 풍경 뭉클하네요. 할머니는 허기와 남루를 걸쳤지만 마음은 부자로군요. 할머니가 마음 부잔 줄 모르고 마음을 내미셨던 거죠. 누군가에게 신세를 질 때엔 저 할머니 목소리를 떠올려야겠어요. ‘미안시루와서.’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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