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지율스님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 입력 2005년 2월 1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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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로 단식 98일째를 맞은 지율 스님의 상태가 위중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이미 한계상황을 넘었다는 게 의사들의 설명이다. 한시라도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 환경영향평가 등을 요구하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단식 중인 지율 스님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지난달 31일 밤 이기묵 서울경찰청장이 정토회관을 찾아가 “지율 스님을 병원으로 모시자”고 제안했으나, 지율 스님을 보살피고 있는 사람들은 “지율 스님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계의 지원과 동조가 이어지고 있다. 스님과 신부 등 종교인들은 지난주부터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지율 스님 살리기 용맹정진을 계속하고 있다. 정토회관에서도 정토회원들이 30일부터 릴레이 철야 기도를 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들의 모임’ 소속 일부 교사도 동조 단식 중이다. 1일에는 국회의원 30여 명이 ‘지율 스님 살리기와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촉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천성산 환경문제가 정말 심각한 것이라면 진작에 국회가 나섰어야 할 사안이다.

동조자들은 한결같이 “지율 스님을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런 뒤늦은 동조가 오히려 지율 스님을 막다른 길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각계의 동조 단식과 철야기도 등이 지율 스님에게는 정부가 ‘굴복’할 때까지 계속 버티라는 무언의 압력이 되지 않겠는가.

지율 스님 지지자가 늘고 사회적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로서도 방침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천성산 터널공사는 환경단체의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으로 재판까지 거쳐 재개된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지율 스님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단식을 중단하도록 지율 스님을 설득하는 일이다. 지율 스님의 단식을 그대로 지켜보는 것은 자살 방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율 스님의 뜻을 충분히 알았으므로 스님부터 살린 뒤 동조자들이 힘을 합해 앞으로의 일을 풀어가면 되지 않겠는가.

김차수 문화부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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