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 나라를 18년 동안 통치한 역사적 인물로서 학문적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다양한 예술 장르의 소재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삭제하도록 한 다큐멘터리 세 장면에는 유족인 박근혜 박지만 씨 모습이 보인다. 박지만 씨는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공과(功過)와 관계없이 사인(私人)으로 살려는 유족의 인격권도 중요할 것이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버무리는 기법이 예술 장르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실제 사건을 다루면서도 극적 효과를 위해 사실을 비틀어 사건을 변화시킨 ‘의사(擬似) 역사(pseudo-history)’ 영화가 할리우드에 흔하다. 그러나 주인공을 풍자하고 실제와 다르게 사실을 비튼 블랙 코미디의 내용이 일부 다큐멘터리 장면으로 인해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비친다면 예술의 진실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자막을 통해 “세부사항과 심리묘사는 모두 픽션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논픽션 다큐멘터리를 세 장면이나 넣었는지 의문이다.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관객에게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블랙 코미디는 블랙 코미디로 끝나야 한다.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은 아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외설 표현물을 규제하듯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는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르다.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가처분 결정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중요한 판례로 상급심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그때 그 사람들’의 시대는 갔지만 ‘그때의 그들’은 지금의 현실 속에서 계속 논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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