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불문과 학생 시절 김승옥은 미학과 학생이던 시인 김지하와 문리대의 학생신문 ‘새세대’ 사무실에서 함께 지냈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지하와 김승옥은 서로 다른 생활 습관 때문에 크고 작은 말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그려진다. 김승옥은 매일 아침 소금으로 이를 닦고 주변을 반듯하게 정리정돈 하지만 김지하는 “목욕은 일 년에 한 번, 새봄맞이 단장으로 하는 것”이라며 김승옥을 결벽증 환자로 몰아세운다.
어느 추운 겨울밤 김승옥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원고지와 씨름을 한다. 원래 소설가가 되려던 것은 아니지만 세 아들을 삯바느질로 뒷바라지하는 홀어머니의 짐을 덜어주려면 신춘문예 상금이 필요했던 것.
신춘문예에 떨어지면 군대를 가야 한다며 절박하게 ‘생명연습’에 매달리는 김승옥. 그러나 아버지가 자살하던 모습이 반복되는 악몽에 시달리던 김지하는 이렇게 어깃장을 놓는다.
“소설 쓰는 이유가 고작 그거냐.”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8월 퇴임한 조동일 계명대 석좌교수가 김지하 시인과 리얼리즘, 민족문학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지금도 마로니에는’은 미니시리즈 ‘명동백작’과 다큐멘터리 ‘100인의 증언, 60년대 문화를 말한다’에 이은 32부작 문화사 시리즈. 1960년대 문학 미술 연극 대중음악 영화 분야를 주도하던 인물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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