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1월 초)면 이미 깜깜한 이 고위도 북방의 땅. 겨울밤만 긴 것이 아니다. 눈도 엄청나게 내린다. 2, 3일 동안 하염없이 뿌리는 날도 많다. 그 모습, 꼭 북극권에 걸친 핀란드를 닮았다.
이와테 산(해발 2038m)은 이 지역의 얼굴 격. 후지 산을 빼닮은 모습에 ‘이와테 후지’라는 별명도 붙은 이 원뿔형 산은 그 절반이 눈에 덮여 하얗다. 그리고 주변은 산악과 고원이다. 도와다하치만타이 국립공원과 앗비 고원이 그것이다.
도와다하치만타이 국립공원 입구의 마쓰오무라(이와테 군)를 찾았다. 폐광촌이라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정선과 태백처럼 석탄더미가 산처럼 쌓인 을씨년스러운 탄광촌의 자취를 찾기가 어렵다. 산과 고원의 자연을 터전 삼아 일으킨 관광산업이 성공한 덕이다.
○ 하늘빛 유황 온천수 혹한에도 수온 40도 넘어
하치만타이 산악의 광대한 숲. 이틀 내리 퍼부은 폭설에 숲은 설국을 이뤘다. 기온은 크게 내려가지 않아 계곡물(마쓰가와)이 눈 덮인 바위 사이로 졸졸 흘렀다. 구불구불한 산길로 자동차를 달려 오르기를 20분. 구린 유황냄새가 차내로 스며들었다.
250년 역사의 마쓰가와 온천에 이른 것이다. 해발 870m 깊은 산중의 계곡. 거기에 소박한 건물의 온천여관 교운소(峽雲莊)가 있다.
“수증기로 퍼진 온천수의 유황 때문에 가전제품은 2년도 못 쓰고 온천수 파이프도 막혀 온천탕에는 아예 샤워가 없습니다.” 지배인 다카하시 도시히코 씨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유황온천수는 신경통 류머티즘 당뇨병에 효험이 있어 탕치객(湯治客)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용출수온은 섭씨 70도.
겨울 온천 여행의 백미는 눈 덮인 산속에서 즐기는 노천욕. 지배인은 남녀혼욕의 노천탕으로 안내했다. 혼욕탕이라지만 이성이 탕 안에 있으면 나가기를 기다렸다 이용하는 것이 관례인 듯했다.
여린 하늘빛의 뿌연 유황 온천수가 담긴 노천탕. 바깥 기온은 영하 7도인데 수온은 40도가 넘었다. 한기와 온기가 동시에 전해지는 느낌이 특별했다. 여기에 술 한잔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려니. 지배인이 나무쟁반에 따끈한 청주를 담은 도자기병을 내온다. ‘눈을 감상하며 마시는 술’이라는 뜻에서 술 이름도 ‘유키미자케(雪見酒)’라고 했다. 술병 받친 나무쟁반을 물에 띄워 둔 채 술잔을 기울였다.
○ 함흥 출신 교포의 ‘모리오카냉면’ 현지 명물로
산을 내려와 모리오카로 향했다. 이곳은 아오모리와 도쿄를 잇는 신칸센역이 있는 현청 소재지. 더불어 ‘모리오카냉면’의 고향이기도 하다. 함흥이 고향인 재일한국인이 개발해 일본 전국에 이름을 떨친 일본식 냉면으로 그 원조식당이 현청 앞에 있다.
‘원조 고급조선요리 평양냉면 야키니쿠 식도원(食道園).’ 골목에서 발견한 간판이다. 이 식당 고객은 대부분 일본인 여행자들. 우리처럼 야키니쿠를 먹은 뒤 모리오카냉면을 먹고 있었다. 냉면을 보니 모양이나 맛이 우리의 쫄면과 같다.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쫄깃하고 하얗고 오동통한 국수를 새빨간 김칫국물에 담아 낸다. 매운 정도에 따라 네 종류(850엔)가 있다.
현 주인은 모리오카냉면을 개발(1954년)한 양용철 씨(작고)의 아들 아오키 마사히토 씨(49). 그는 가업을 이어받아 26년째 식당일을 보고 있다.
○ 여행정보
▽이와테 찾아가기=인천∼센다이(미야기 현) 아시아나항공 매일 운항(2시간 40분 소요). 센다이공항∼마쓰오하치만타이IC는 도호쿠자동차도로로 2시간 30분 소요.
▽명소 △마쓰가와 온천=교운소 온천여관(이와테 군 마쓰오무라). 마쓰오하치만타이IC에서 25분 거리. 현지전화 0195-78-2256 △쇼쿠도엔=현청 건너편 골목 안. 개점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30분, 오후 5시∼밤 12시. 매월 첫째 셋째 화요일 쉼. 현지전화 019-651-4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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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테=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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