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헌법불합치]남성우월 전통적 가족제도에 마침표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02분


여성계 환호… 儒林 분노호주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지켜본 관련 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호주제폐지시민연대 회원들(왼쪽)이 헌재 결정에 환호하고 있는 반면 성균관 유림들(오른쪽)은 이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여성계 환호… 儒林 분노
호주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지켜본 관련 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호주제폐지시민연대 회원들(왼쪽)이 헌재 결정에 환호하고 있는 반면 성균관 유림들(오른쪽)은 이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호주제가 왜 남성우월주의라는 지적을 받는지 예를 들어보자. 가장인 A 씨(남자)가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A 씨의 유족으로는 그의 어머니와 부인, 20세 된 딸과 9세 된 아들이 있다. 이 경우 호주의 지위는 유족 중 가장 어린 아들이 이어받는다.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성인인 누나도 다 제친다.

이유는 딱 하나, 남자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호주제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제기돼 왔던 사회적, 법적 논란을 종결시켰다.

호주제의 근거 규정은 민법 제778조, 제781조 1항 뒷부분, 제826조 3항 첫 문장 등 3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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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781조 1항 뒷부분의 ‘자녀는 아버지의 가(家)에 입적한다’는 규정은 ‘부계(父系) 혈통주의’에 근거한 것으로 이혼한 어머니가 자녀를 양육하며 친권을 가지더라도 자녀는 계속 아버지의 가에 남는 모순을 낳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호주제는 단순히 집안의 대표자를 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남성을 중심으로 가족집단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법적 장치”라고 전제하고 “이는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 많은 고통과 불편을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는 신분관계 형성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하는 것으로 남녀평등과 개인의 존엄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당초 법원이 헌재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낸 위헌심판 제청 대상은 778조와 781조 1항 뒷부분 등 2개였으나 헌재는 826조 3항 첫 문장도 호주제의 핵심 조항 중 하나라고 판단해 직권으로 위헌심판 대상에 포함시켰다.

781조 1항의 앞부분은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내용으로 이 부분은 호주제와 무관하며 별도로 위헌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위헌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9명 중 3분의 2인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위헌 결정은 가까스로 난 셈.

호주제 관련 위헌심판은 이혼한 양모 씨(여)가 자녀를 자신의 호적에 입적(入籍)시키려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2001년 4월 당시 서울지법 서부지원(현 서울서부지법)에 위헌 제청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모두 8건이 접수됐다.

헌재는 2003년 11월 첫 변론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까지 5차례의 공개 변론을 거쳐 이해관계인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호주제 없어진다…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가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金榮一 재판관)는 3일 “아버지를 중심으로 가(家)를 편제한 호주제는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서울서부지법이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심판 대상이 된 조항은 ‘호주’를 정의한 민법 제778조와 ‘자녀의 입적’을 규정한 제781조 1항, ‘부부 간의 의무’를 정한 제826조 3항 등 3개이다.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호주제 관련 법 조항들은 국회가 호적법을 개정할 때까지만 효력을 갖게 됐으며 호주제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호주제의 골격을 이루는 조항에 대해 위헌을 선고하면 신분관계 공시 증명에 중대한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법 개정 때까지 기존 조항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9명의 재판관 중 김영일 권성(權誠) 김효종(金曉鍾) 재판관 등 3명은 “호주제는 전통문화에 근거한 것으로 호주를 정의한 민법 제778조는 합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다. 그러나 제781조 1항과 제826조 3항에 대해서는 세 사람의 재판관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헌법불합치:

심판 대상이 된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하면서도 즉각적인 법률 무효화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해당 법률의 효력을 일정 기간 인정하는 결정의 하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 국회는 해당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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