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하고 있는 종(種)인 인간.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취약하기 그지없는 종이다.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 산소다. 산소를 실어 나르기 위해서는 철분이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여성은 어느 동물보다 많은 양의 철분을 월경 때 버린다. 비정상적으로 큰 인간 아기의 머리 때문에 여성은 임신기간 중 어떤 동물보다 많은 철분을 빼앗긴다. 그 결과 임신 중기 이후 여성의 대부분은 심각한 빈혈에 시달린다. 게다가 어느 종보다 머리가 큰 아기를 출산함으로써 다시 심각한 출혈이 생기고, 다른 동물과 달리 태반을 먹지 않음으로써 철분 결핍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렇게 자연 자원을 낭비하는 인간이 어떻게 진화의 경쟁에서 승리했을까? ‘자유로워진 두 손을 얻은 남성이 수렵에 능해지고, 인간은 자연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기존의 이론과 달리, 저자는 여성이 인간 진화의 키를 쥐었다고 생각한다. 다량의 철분을 잃게 된 대신 여성은 월경을 통해 긴 시간의 단위를 발견했고, 남성에게 이 관념을 주입했다는 설명이다. ‘지나 사피엔스’의 ‘지나(Gina)’는 유전자(Gene)의 여성형으로 만든 조어.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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