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여러 민족이 고대부터 사용해 온 ‘숫자’에 담긴 문화 종교 정치사와 상징성, 각 민족 언어와의 관련성 등을 밀도 있게 파헤친 책이다. 1부에서는 수의 생성과 숫자를 가리키는 언어의 변화를, 2부에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로부터 한국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숫자와 더불어 발전한 동서양의 셈법을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다. 1957년 처음 나온 이래 이 분야에서는 고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셈족은 단순히 ‘많다’는 것을 뜻할 때 흔히 40을 사용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 그렇다. 40은 성서에도 자주 나타난다.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신이 나타나기를 40일 동안 기다렸다. 14세기 베네치아에서는 선원 중에 병든 이가 있는지 알아보는 검역기간을 40일로 잡았다. 성서에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나온 숫자 0을 처음 접한 유럽인들의 반응이 흥미를 끈다. “0을 앞에 놓으면 03처럼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뒤에 놓으면 30처럼 열배나 커진다. 악마의 숫자가 아닌가.”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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