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집宇집宙’ 펴낸 서윤영씨

  • 입력 2005년 2월 4일 16시 55분


“한국인들은 외형만 보고 자신들이 서구적 공간에서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한국의 전통건축은 우리 일상 속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거문화를 신화적 역사적으로 되짚어 본 ‘집宇집宙’(궁리)의 저자 서윤영 씨(37·사진)는 아파트가 전통적 우리 주거공간과 너무 다르다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1970년대 아파트가 처음 세워질 때만 해도 거실이 한편에 위치하고 다른 한편에 침실들이 모인 구조였지요. 요즘 아파트들은 거실을 중심으로 침실과 부엌, 화장실이 해바라기 꽃잎처럼 퍼져 있습니다. 이는 마당을 중심으로 사랑채와 안채, 행랑채가 부채꼴로 자리 잡은 ㅁ자형 전통 한옥 구조를 닮은 것이죠.”

아파트 실내로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것은 온돌 주거문화의 산물이고, 아파트 베란다를 실내 공간으로 자꾸 개조하는 것은 마당이나 대청마루 공간에 대한 향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 씨는 건축은 시대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고정된 원형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온돌은 화덕에서 출발해 굴뚝과 부뚜막을 거쳐 고구려 때 ㄱ자 연도(煙道)로 발전했고, 고려시대까지 방의 절반을 덮었기 때문에 여전히 입식 생활이 이뤄졌습니다. 방바닥 전체를 덮어 신발을 벗고 좌식생활을 하게 된 것은 조선시대에 들어서였죠.”

안채와 사랑채를 철저히 구별하는 한옥 구조도 조선 중기 사림파의 집권 이후 부부유별(夫婦有別)이라는 유교 덕목을 준수해야 한다는 사회의식의 산물이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안채와 사랑채의 구별이 가장 철저한 한옥이 역설적으로 환관(내시)의 가옥이었다는 점은 우리 주거공간이 사회문화적 산물이라는 점을 극명히 보여 줍니다. 반면 현대에 들어 집안구조에서 응접실이 사라지고 거실과 침실 등 사적 공간만 남은 것도 직장과 주거공간이 분리된 산업화의 영향이지요.”

수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마친 뒤 다시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서 씨는 2003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펴낸 뒤 건축 칼럼니스트로 저술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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