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천재 안무가의 발레인생 한눈에 ‘베자르 발레 로잔’

  • 입력 2005년 2월 6일 17시 49분


모리스 베자르의 무용단 ‘베자르 발레 로잔’이 12, 13일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선보이는 ‘빈,빈’. 베자르가 1982년 안무한 작품이다. 사진 제공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모리스 베자르의 무용단 ‘베자르 발레 로잔’이 12, 13일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선보이는 ‘빈,빈’. 베자르가 1982년 안무한 작품이다. 사진 제공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모리스 베자르가 이끄는 발레단 ‘베자르 발레 로잔’이 12, 13일 오후 7시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아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펼친다. ‘베자르 발레 로잔’은 이 무대에서 ‘볼레로’ ‘불새’ 등 네 가지 소품을 선보인다. 무용이론가 장인주 씨가 이들 작품을 소개한다. 공연 티켓은 2만∼8만 원. 1588-8440, 1588-4446》

현대의 시공간 속에서 발레를 절대 가치의 예술로 승화시킨 모리스 베자르. 여성의 예술이었던 발레를 남성 중심으로 바꾼 춤추는 철학자인 그는 20세기 후반 모던발레를 주도하며 파격과 혁신으로 발레 총체극의 르네상스를 실현한 천재 안무가다.

4년 전 첫 내한공연에서 그가 록 그룹 퀸의 음악에 맞춘 ‘삶을 위한 발레’로 국내 발레 관객층의 폭을 넓혔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50년 발레인생을 조명할 수 있는 네 소품을 선보인다.

베자르 작품의 고전이라 불릴 만큼 혁신과 대중성을 겸비한 ‘볼레로’(1961년)와 ‘불새’(1970년). 각각 라벨과 스트라빈스키의 곡으로 유명한 두 작품은 격정의 도가니와 서정적 환상의 세계를 연출한다. 초연된 지 30,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불멸의 감동을 전달하기에 손색이 없다.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에 삽입돼 국내에도 잘 알려진 ‘볼레로’는 붉은색의 둥근 테이블 위에서 크레셴도로 몰아가며 선율을 주도하는 주역 무용수의 움직임이 압권이다. 동양의 신비를 묘사한 상체와, 파도를 타는 듯 상하로 움직이는 하체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뤄 좁은 공간에서 이룰 수 있는 최대의 흥분을 과시한다. 관객과의 교감을 가장 중요시하는 베자르의 안무철학이 잘 배어 있다.

러시아 민화에 근거한 ‘불새’는 재가 되어 환생하는 봉황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시적이면서도 극적인 묘사가 재미있다.

음악의 수도 오스트리아 빈을 예찬하는 ‘빈, 빈’(1982년)은 추상발레다. 고전음악에 맞춘 신고전주의 발레의 결정판이라고나 할까. 빈과 음악을 소재로 하면서도 특별한 줄거리가 없는 발레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일상의 극단적 감정을 상상하게 한다.

이젠 고인이자 베자르의 절친한 친구였던 바르바라, 그녀와 함께 20세기의 대표적 샹송 가수였던 자크 브렐을 소재로 한 ‘브렐과 바르바라’(2001년)는 대중음악이 주는 친근감에 연극적 매력을 가미했다. 샹송과 발레의 만남, 베자르가 말년에 추구해온 발레 대중화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2세에 무용에 입문해 여든을 코앞에 둔 베자르가 담아낸 깊은 우정에 훈훈한 미소가 지어진다.

장인주 무용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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