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밸런타인-화이트데이가 미워” 뮤지컬 배우들 고민

  • 입력 2005년 2월 10일 18시 19분


“월요일이라도 공연합니다. 대신 박수 좀 많이 쳐 주세요!”

공연계에서 월요일은 관행적으로 공연을 하지 않는 휴일이다. 그러나 올해는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와 ‘화이트데이’(3월 14일)가 공교롭게도 모두 월요일이다.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굳어진 이날은 ‘특별한 이벤트’로 공연장을 찾는 연인이 많아 공연계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 못지않은 ‘대목’. 이 때문에 올해에는 적지 않은 공연이 14일과 3월 14일에도 막을 올린다.

‘아이 러브 유’ ‘사랑은 비를 타고’ 등 젊은 연인들이 많이 보는 뮤지컬의 좋은 좌석들은 ‘밸런타인데이’ 한 달 전에 매진됐다. 14일 공연 때는 사랑 고백이나 공개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했고, ‘노래방 1시간 이용권’(‘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커플 사진 촬영권’(‘사랑은 비를 타고’) 등 선물도 푸짐하다.

그러나 배우들은 “밸런타인데이 같은 날이 다른 때보다 공연이 훨씬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출연 중인 남경주 씨는 “연인 관객이 많이 오는 이런 날에는, 서로 손을 잡거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공연을 보다가 갑자기 박수치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박수 소리가 적고, 서로를 의식하다 보니 웃음이 터져야 할 장면에서도 웃음소리가 크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공연 프로그램이나 공연 기념품 판매도 예상과 달리 신통찮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기획팀의 이지연 씨는 “연인끼리 기념품을 사줄 것 같지만 공연이 끝난 뒤 서로 얼굴 쳐다보고 이야기하며 나가느라 기념품을 더 안 산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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