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학계 “민족주의를 어찌 하오리까”

  • 입력 2005년 2월 15일 18시 50분


■한림과학원 오늘 한국학 심포지엄… 격론 예고

《한국학에서 민족주의는 벗어버려야 할 족쇄인가, 안고 가야할 보배인가. 16일 오후 1시 40분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한림대 한림과학원 한국학연구소(소장 한영우 한림대 특임교수)가 주최하는 ‘21세기 한국학, 어떻게 할 것인가’ 학술 심포지엄은 한국학 연구에서 민족주의의 비중과 가치에 대한 논쟁의 장이 될 전망이다.》

한영우 교수는 기조발표문 ‘21세기 한국학 어떻게 할 것인가-민족, 민주, 산업화의 우상과 그 극복’에서 “일부 젊은 경제사학자와 서양사학 전공자들이 국사학계가 광복 이후 심혈을 기울여 비판, 극복해온 ‘식민지적 근대화론’을 다시 들고 나오면서 탈(脫)민족주의와 ‘국사 해체’를 주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배타적, 국수적 민족주의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한국인의 ‘민족적 특성’과 ‘민족의 실체’ 자체를 무시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고, 그 자체가 역사의 새로운 왜곡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시아 삼국은 자연환경과 지정학적 조건의 차이 등이 작용해 서양사에서와 달리 근대 이전에도 독자적 사회형태와 민족문화를 가진 ‘문화적 민족’으로 엄연히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일제강점기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비판한다는 탈민족주의는 학문적으로 동기가 순수하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세계의 재편을 꿈꾸는 불순한 정치적 시도와 맞물려 돌아간다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전상인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발표문 ‘한국학과 사회과학의 대화-역사학과 사회학을 중심으로’에서 한국의 자본주의 이행에 관한 ‘내재적 발전론’ ‘식민지 근대화론’ ‘유교자본주의론’ 등을 열거하며 “자본주의의 씨앗이 우리 역사에도 존재했다는 것을 과시하고 증명하고자 노력했던 ‘내재적 발전론’은 우리 학계의 민족주의 정서가 만들어낸 학문적 사생아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국사)학계의 비판이 “다분히 학문 외적인 것이며 결코 생산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지식인은 민족을 절대시하는 ‘헤겔의 유령’에 집단적으로 사로잡혀 있다는 (미국 학자 에커트의) 지적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면서 “역사학 및 사회(과)학에서 탈민족주의적 사유가 자유롭지 않는 한, 식민지시대에 관한 우리 학계의 논쟁과 대립은 결국 이념과 신념의 차이를 재확인하는 데 그칠 뿐”이라고 밝혔다.

국사학계의 원로와 사회과학계의 중진 학자가 드러낸 민족주의에 대한 시각차는 앞으로도 한국근현대사를 놓고 벌일 학문적 논쟁과 토론에서 상당 기간 뜨거운 이슈를 낳을 전망이다.

이밖에 박희병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발표문 ‘통합인문학으로서의 한국학’에서 “한국학은 전공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분이통, 통이분(分而統, 統而分·갈라졌으면서도 통합하고 통합하면서도 갈라진)’을 방향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 교수는 발표문 ‘동아시아 세계 속의 한국학-한국사 연구와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한국 역사연구 및 역사 교육에서 유럽중심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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