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되는 ‘파송송 계란탁’은 축구경기처럼 전·후반이 싹둑 나뉜다. 전반은 아빠와 아이가 엉겨 붙어 만들어 내는 코미디이고, 후반은 아들이 불치병임을 알게 된 아빠가 아들과 더불어 못 다한 사랑을 쌓아가는 감동드라마다. 이 영화는 라면을 끓이던 아들이 “파송송 계란탁” 하고 제멋대로 만든 노래 가사를 읊조리는 모습을 통해 ‘아빠와 아들’을 최고 동반자인 ‘파와 계란’에 비유한다. 하지만 아이러니다. 정작 파와 계란이 쏙 빠진 ‘그냥 라면’ 같은 게 이 영화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더 웃기고 더 울렸어야 했다.
‘파송송…’은 관객의 마음을 확 잡아당기는 흡인력이 부족하다. 이는 이 영화가 로드무비(국토종단)란 형식을 안일하게 받아들인 탓이다. 연이은 에피소드가 나타났다 사라질 뿐, 이 영화에는 로드무비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길(路)의 체온’이 없다. 길을 걸으며 부자(父子)가 함께 사연을 쌓아가고 그 사연의 밀도가 점차 높아지는 데서 느껴지는 체온 말이다. 대규가 인권의 생모를 찾으려고 방송국 PD에게 간청해 자신들의 얘기를 방송하는 에피소드엔 그들에게 꼭 일어날 것만 같은 개연성이나 내밀성이 증발돼 있다.
이 영화는 결국 떨어지는 드라마의 탄력을 “빨리 쳐 잡수세요”(아빠가 아들에게) 같은 돌발적인 대사에 의지하는 한편, 철도역에서 ‘낭만 고양이’를 노래 부르며 아들의 밥값을 버는 대규의 모습을 통해 ‘가수 임창정’을 슬쩍 불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임창정은 유머와 페이소스를 겸비한 위대한 배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건 임창정이 아니라 영화여야 한다. ‘위대한 유산’의 오상훈 감독 연출.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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