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음달 1일 처음 방영되는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화 오후 8시55분)에서 명문대 출신에 미국 유학을 다녀온 미술관 큐레이터인 ‘박경림’ 역으로 출연한다.
“많이 예뻐졌죠? (…) 왜 제 얼굴을 똑바로 못 보시죠?”
그녀가 스스럼없이 첫 마디를 던진다.
“원래 운동을 싫어했는데 유학시절 수영과 요가로 몸무게가 6kg 빠졌어요. 그래서 성형수술한 거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 주위에선 ‘어차피 성형 의혹을 받을 테니 아예 해버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물론 성형은 안 했죠.”
그는 ‘귀엽거나…’에서 미모 외에는 모든 걸 다 갖춘 스물일곱 살의 전문직 여성으로 나온다. 그의 라이벌인 소유진은 미모만 뛰어날 뿐 재능이 없는 고졸 여성. 고교 동창인 두 사람은 제과회사 회장 아들 민혁을 놓고 사랑 쟁탈전을 벌인다.
최근 시트콤이 침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복귀작을 시트콤으로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시트콤이 부진한 것은 과거 인기 있을 때와 비슷하게 만드는 매너리즘 때문인 것 같아요. 이번 시트콤은 매회 에피소드가 바뀌는 게 아니라, 일관된 줄거리를 갖는 드라마 형식을 띄고 있어 색다를 겁니다. 경림 역이 제 과거 이미지와 달리 ‘교양 있는’ 역할이라 도전의식도 생겼어요.”
2년 전 ‘박스위’(박경림 스캔들 추진위원회)의 회원이 15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누릴 때 미국 뉴욕 필름아카데미로 유학 간 것은 그로서도 큰 모험이었다.
미모의 연기자가 아닌 개그우먼이 2년 동안 자리를 비우면 ‘귀국 후’를 보장할 수 없기에 떠나기 직전까지 갈등했다고 한다.
“영어도 잘 하고 싶었고 제가 하고 싶은 연기에 갈증도 느꼈어요. 그곳에서 2년 동안 연기를 원 없이 배웠습니다. 처음엔 영어를 못하니까 대사가 필요 없는 감정 연기에 힘을 쏟았고 그 때문에 학교에 연기를 잘 한다는 잘못된(?) 소문이 나서 장학생이 되기도 했죠. (웃음) 학생끼리 작품을 만들면서 ‘리빙 라스베가스’의 엘리자베스 슈, ‘카지노’의 샤론 스톤 역을 맡기도 했어요. 영어 실력은 말을 유창하게 하진 못하지만 대부분 알아듣는 수준이에요.”
그는 미국 유학생활에서 영어와 연기 외에 독서하는 습관이 생긴 것과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 졌다는 것을 소득으로 꼽았다.
“2년 동안 ‘일반인’과 어울려 지내다보니 일반인 마인드를 갖게 됐다고 할까요. 예전엔 연예인은 이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죠. 하지만 연예인 생활은 즐기면서 해야지, 하고 싶을 때까지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른들이 볼 땐 건방진 말이겠지만 ‘인생 별 거 없다’는 걸 느끼면서 여유가 생긴 거죠.”
그는 연예계에서 이름난 마당발이다. 인맥 관리 덕분일까.
“‘관리’라는 말은 싫어하고요,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신인이라고 무시해선 안 되고 대선배라고 주눅 들어서도 안 되죠. 배경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그 사람 자체에만 주목합니다. 또 다른 원칙은 이쪽에서 들은 말, 저쪽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거죠.”
그의 꿈은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와 같은 토크쇼를 하는 것.
“미국에서 보니 오프라 윈프리는 토크쇼 진행자라기보다 아줌마들의 친구였어요. 저도 그런 진행자가 됐으면 해요.”
다른 프로그램이나 CF 섭외는 안 들어오느냐고 묻자 “서로 저를 데려가고 싶은 분위기는 감지되는데 제가 비싸게 부를까봐 눈치 보는 것 같아요”라며 크게 웃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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