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시인인 오세영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63)가 월간문학지 ‘현대시’에 김수영의 시 세계를 거세게 비판하는 글을 1, 2월호에 잇따라 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오 교수는 특히 김수영의 시가 과대평가된 것은 계간문학지 ‘창작과 비평’을 중심으로 한 민중문학 그룹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김수영 다시 읽기’라는 글을 통해 김수영은 1998년 문학평론가 50인이 광복 후 대표시인 중 1위로 뽑았을 만큼 높이 평가돼왔다고 밝힌 뒤 김수영의 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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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의 또 다른 흐름인 참여시의 경우 4·19 이후 5·16 이전 표현의 제약이 거의 없던 시절에 쓰인 것이다. 시류를 탔던 것이며, ‘혁명을 잘 해보자’는 ‘어용시’를 썼다고 볼 수도 있다. 시의 고발 내용조차 관념적 추상적이다. ‘자유’ ‘혁명’이란 시어를 자주 썼지만 포즈(pose·겉모양)로서 쓴 것 같다. 그는 심지어 5·16 쿠데타도 ‘혁명’이라고 썼다.”
오 교수는 김수영이 과대평가된 배경에는 민중문학 그룹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중문학 그룹은 참여시인으로 합리화할 여러 요인을 지닌 김수영을 중요한 포스트를 갖는 시인으로 추대했다.”
오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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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오 교수는 시적 완결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김수영 시를 본 것 같다. 많은 문학인들이 김수영을 연구한 것은 ‘최면’ 됐기 때문이 아니다. 김수영에게는 자기 시대와 처절하게 싸워온 지식인으로서의 매력이 있다. 엄숙하고 비장했는가 하면, 비겁하고 주책스러운 면들도 있다. 이들 모두가 그의 시와 산문에 담겼다. 그에게는 넘치는 정신에 비해 언어가 따라가지 못한 점이 있다. 그게 난해하게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시는 공공재(公共財)다. 그 자체로서 연구할 수 있지 않은가. 민중문학 진영이 김수영을 우상화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창비 뿐 아니라 김현 김윤식 유종호 황동규 등 입장이 다른 숱한 문학평론가들과 시인들도 김수영의 조명에 나섰지 않은가.”
계간문학지 ‘창작과 비평’을 만든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김수영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다”고만 말했다.
오 교수는 “김수영 시의 허실을 마무리 짓는 세 번째 글을 ‘현대시’ 3월호에 싣겠다”고 밝혔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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