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연극도 재밌대요…‘볼만한 어린이 연극’

우리는 친구다

단 학전이 만드는 어린이극 시리즈의 첫무대 ‘우리는 친구다’의 막이 오르는 순간 민호(배성우 분)를 본 아이들의 눈에 호기심과 함께 실망의 빛이 나타났다. 무대가 아이들의 코앞에서 있어 어른 배우의 몸집이 더욱 커다랗게 느껴진 듯하다.

이혼한 엄마와 사는 민호(초등 3년생)는 주말에 외가에 갔던 활달한 여동생 ‘슬기’(유치원생)가 돌아와 이층침대의 위 칸에 자려하자 꾀를 내 동생을 아래 칸으로 끌어내린다.

‘난 위가 더 좋아/침도 뱉을 수 있지, 퉤 퉤’(민호 노래)

‘아래가 난 더 좋아/동굴 속에 숨어봐, 히 히’(슬기 노래)

이쯤 되면 꼬마 관객들은 더 이상 민호와 슬기가 어른배우로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의 집에서 매일 벌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뻥이야” “왔싸” “멍청이” “테레비” “뻥치지 마”같이 자신들의 ‘언어’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얘기에 배꼽을 잡는다.

민호 남매는 놀이터에서 학원을 빼먹고 장난감 총을 가지고 혼자 노는 ‘뭉치’(초등 3년생)와 마주친다. 장난감 총이 부러운 민호는 총을 자신의 자전거와 맞바꾸려하지만 어른들에게 들킨다. 뭉치아빠는 덩치가 크고 힘센 뭉치가 자전거를 빼앗으려했다고 오해하며 뭉치를 심하게 때린다.

심부름 길에 민호 남매는 뭉치를 다시 만나고, 세 친구는 장난하다 뭉치의 집 열쇠를 하수구에 빠뜨린다. 정해진 시간까지 집으로 돌아가 아빠의 ‘확인전화’를 받아야하는 뭉치는 당황한다. 민호는 뭉치가 아빠에게 또 맞을까봐 심부름 값 중 5000원을 뭉치에게 주며 열쇠를 새로 만들라고 한다. 민호 엄마는 심부름 값을 추궁하다 민호가 장난감 총 때문에 뭉치에게 돈을 주었다고 오해하고….

원작은 독일의 저명한 아동 청소년 극단인 그립스 극장의 대표작.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 씨가 번안과 연출을 맡았다. 또 공연 내내 시계만 들여다보는 아동극과 달리 어른들도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덕분에 학전은 6일 막을 내리려던 계획을 바꿔 다음달 20일까지 연장공연에 들어갔다.

이밖에도 아이들이 봄방학이나 새 학기 초 즐길만한 공연이 많다. ▶표참조

어린이극단 사다리 정현욱 대표는 “학부모들이 예술교육의 하나로 어린이 연극공연에 관심을 갖고 극단들도 창작연극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어린이 관객들은 반응이 직접적이어서 재미있다”며 “아이가 연극내용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주 접하게 되면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린이공연 기획사인 두부기획 전태훈 대표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에게 공연관람에 앞서 예절을 가르치라”고 당부한다. 전 대표는 “어린이 연극에서 아이는 주체가 되는 관람객이므로 자리는 미리 예약하고 남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라”고 당부했다.

공연	기간 및 장소	내용(대상)
학전 ‘우리는 친구다’	3월 20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 02-763-8233	친구가 되는 과정이란?(만 3세 이상)
뮤지컬 ‘손오공의 대모험’	3월 13일까지 한전아트센터 02-713-8225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접목(만 3세 이상)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18∼20일 과천시민회관 02-2232-0997	그림책을 무대로 옮기다(만 4세 이상)
판도라의 날씨상자	26일∼4월 10일 동영아트홀(계몽문화센터) www.pmcproduction.co.kr	기상과학체험 뮤지컬(만 3세이상)
가족뮤지컬 ＇피터팬＇	26, 27일 경기도 문화의전당 소공연장 02-2654-6854	제임스 매튜베리 원작(만 2세 이상)
미피의 남극탐험	27일까지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02-504-7300	딕 브루너의 캐릭터가 펼치는 모험(만 1세 이상)
과학뮤지컬 ‘친구들이 마법의성에 갇혔어’	27일까지 상상화이트씨어터 02-747-7492	과학을 쉽게 만난다(만 4세 이상)
가족뮤지컬 ‘하늘을 나는 피터팬’	22일∼3월 6일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02-526-9682	특수장비를 이용한 환상의 무대(만 2세 이상)
어린이 영어뮤지컬 ‘매직스쿨’	27일까지 상상나눔씨어터 02-747-0035	마법학교에서 벌어지는 마술뮤지컬(만 3세 이상)
가족뮤지컬 ‘사랑의 빛’	3월 1일까지 연우소극장 02-744-7090	개똥벌레의 희생을 그린 어린이극(초등학생)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