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티 카페의 회원 대부분은 남성 5인조 그룹 ‘동방신기’의 팬들. 이들은 ‘천상지희’가 ‘동방신기’와 유사한 아카펠라 댄스 그룹을 표방하고 있는 데다 이름이 비슷한 형태여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이구동성이다.
‘천상지희’ 안티 카페에는 “오빠들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 “망한 가수들 모아 놓고 새 그룹이냐”는 등 비방하는 글과 욕설이 올라 있다.
근래에는 연예인이나 정치인같이 널리 알려진 인물을 넘어 부모와 교사, 같은 반 친구, 특정 누리꾼(네티즌)을 상대로 한 안티도 성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박모 양(13)은 지난해 한 ‘얼짱’ 카페에 사진 수정 프로그램인 포토숍으로 손질한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가 누리꾼들에게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박 양이 올린 게시물에 수천 개의 ‘악플’(악성 댓글)이 달렸고, 삽시간에 10여 개의 안티 카페가 개설됐다. 누리꾼들은 ‘사진 수정에 박 양의 언니가 개입했다’며 언니에 대한 안티 카페도 만들었다.
박 양의 안티 카페 회원인 중학생 김모 양(16)은 “사진을 고친 사실을 숨기고 예쁜 척했으니 욕먹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안티라는 단어가 카페 이름에 포함된 곳만 해도 1만3000여 개에 이를 정도다. “OO초등학교 재수 없는 선생들, 꺼져버려라”는 등 안티 교사 카페가 100여 개에 이르고, 친구 몇몇이 모여 ‘왕따 피해자’를 욕하는 카페를 개설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실명 공개는 기본이고, 근거 없는 소문과 욕설이 가득하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안티 문화가 도를 지나치는 면이 있다”며 “심지어 부모 안티 카페까지 개설해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사이버명예훼손상담센터 관계자도 “최근 청소년들의 공격적인 테러와 욕설로 인한 명예훼손 신고가 유행처럼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대들의 배타적 공격적인 안티문화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경쟁심을 자극하며, 자신과 다른 것은 거부하고 보는 어른들의 패거리 문화를 청소년들이 답습하고 있다는 것.
문화평론가 김종휘(金宗煇) 씨는 “지연, 학연, 조직에 따라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이질적인 것은 일단 배척하며 좀처럼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이 청소년들의 안티 문화에 그대로 집약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또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청소년들이 ‘너도 잘되고 나도 잘되는’ 경험이 없는 데다 기획사나 방송 프로그램 등이 이를 청소년에게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魚起準) 소장은 “건전한 비판 기능을 가진 합리적인 안티문화는 사회 개혁의 밑거름이 된다”며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나’와 ‘너’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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