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잠 좀 자라”…‘잠 못드는 우리 아이의 밤’야·경·증

  • 입력 2005년 2월 20일 17시 26분


▼밤에 잠자다 응애응애… 잠든 뒤 1∼2시간이내 가장 많이 나타나▼

유아와 어린이가 밤에 잠을 깨는 현상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돌 이전의 유아는 매일 2회 이상 잠을 깬다. 2∼5세는 일주일에 5, 6일 꼴로 하루에 1, 2회 잠을 깬다. 5세를 넘으면 20% 정도가 매일 1회 정도 깬다. 그러나 이런 경우 바로 다시 잠을 자기 때문에 엄마는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불안해하면서 큰 울음을 터뜨린다. 호흡이 빨라지고 식은땀을 흘리는 아이도 있다. 대체로 8세 이전의 아이 중 1∼3%가 이런 증상을 보인다. 소아정신과 환자 중 1%가 이런 증상의 아이들이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야경증(夜驚症)’이라고 부른다. 대체로 1∼8세의 미취학 아동에서 발생한다. 또 잠에 빠진 후 2시간 이내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놀이방 등서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증거… 아이방 건조해도 발생▼

대부분 병과는 무관하다. 어쩌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다.

이 무렵의 아이들은 언어능력과 사고력이 커지면서 상상력도 풍부해진다. 생뚱맞은 소리를 자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꿈도 다양해진다. 무서운 꿈을 꾼 뒤 공포에 질려 일어나 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다. 특히 놀이방, 유치원에 나간 직후, 엄마 또는 선생님에게 혼난 이후 야경증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코가 막히거나 방안이 건조해서 나타날 수도 있다. 아이가 자는 방이라면 반드시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아이가 몸이 허약해져서…”라며 보약을 지어 먹이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는 이런 방법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잠자리에 위험한 물건 치우고 3주이상 지속땐 전문의 찾아야▼

낮에 별 이상이 없고 잘 지낸다면 당분간 두고 보는 게 좋다. 그러나 매일 증상이 나타나고 3주 이상 지속됐다면 소아정신과를 방문하는 게 좋다. 원인에 따라 약물을 쓰거나 심리요법으로 치료한다.

아이들이 공포감을 보이며 심하게 울면 부모는 난감하다. 아무리 타일러도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가 무서워” “아빠가 혼냈어” “선생님이 때리려고 해” 등의 말을 하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럴 때는 “왜 울어?” “엄마가 언제 무섭게 했니?”라며 혼을 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아이를 타이르면서 울음이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아이들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엄마도 “내가 아이에게 잘못하고 있나”라며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잠이 깬 후 아이는 자신의 말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을 대비해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위험한 물건을 주변에서 치우도록 한다. 어떤 아이들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여기저기를 배회하다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기 때문이다.

▼열 뭉친 심장- 허한 비장이 원인… 아이 혼내는 것 별 도움 안돼▼

한의학에서는 몸의 기운이 ‘비정상적’으로 되면서 밤에 아이가 울면서 깬다고 본다. 이를 ‘야제증(夜啼症)’이라고 한다. 현대의학의 ‘야경증’과 증상은 동일하다.

다만 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현대의학과 해석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 이전에 나타난다면 열이 많기 때문으로 본다. 특히 심장에 열이 뭉쳐져 있다고 본다. 이럴 때는 아이 얼굴이 붉고 입에서도 열기가 느껴진다. 배도 따뜻하고 땀을 많이 흘리기도 한다. 이럴 때는 먼저 열을 잡아야 한다. 한의원에서도 심장의 열을 가라앉히고 신경을 편안하게 하는 약을 처방한다.

6개월∼2세의 아이는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서 나타난다고 본다. 특히 비장이 허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아이들은 얼굴이 창백하고 손과 발이 차갑다. 식사량도 줄어든다. 대변은 묽고 푸른색을 띤다. 울 때도 몸을 웅크리는 경우가 많다. 한의원에서는 비장과 위를 따뜻하게 하는 약을 처방한다.

2세 이후에 야제증이 나타나면 대부분 공포감이나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다. 증상도 이때부터는 현대의학의 야경증과 거의 동일하다. 이때부터는 칭얼대기보다는 무엇엔가 놀란 것처럼 갑작스럽고 자지러지게 운다. 얼굴색은 빨갛다가 다시 파랗게 변하기도 한다. 양 눈을 부릅뜨기도 하고 간혹 손과 발에 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의원에서는 신경을 안정시키고 간의 ‘뭉친 기운’을 풀어주는 처방을 내린다.

증상이 나타날 때 아이를 혼내는 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옷이 너무 꽉 죄지는 않는지, 온도와 습도는 적절한지, 너무 밝은 것은 아닌지 등을 모두 살피도록 한다.

(도움말=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송동호 교수, 강남경희한방병원 체질의학과 이의주 교수, 고려당한의원 김재두 원장)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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