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5년 전 찍은 ‘유승헌 박사 팔순기념 가족모임’ 사진이 걸려 있다.
“3남1녀인데 모두 두 명씩 아이를 낳아 저희 부부 자손이 16명입니다. 아내와 나를 포함해 18명이 한 가족이지요.”
그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유씨 부부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둘째아들(51·대학교수) 집에서 살았다. 첫째아들(58·의사)은 군의관 시절 결혼해 지방을 돌아다니느라 일찌감치 따로 살았다. 셋째아들(47·자영업) 역시 결혼과 함께 분가했다.
“둘째아들네가 맞벌이여서 아내가 살림을 도맡아했어요. 밤늦게까지 아내가 손주들 뒤치다꺼리하는 것을 보고 ‘늙어서 너무 힘들게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2년 전 ‘우리 집’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시니어스 강서타워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도심형 실버타운. 분양가가 만만치 않고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도 월 93만6000원이나 든다.
자녀들과 함께 살기보다 배우자와 함께 또는 혼자 살겠다는 통크족(Two Only No Kids)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젊어서부터 알뜰하게 돈을 모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실제로 노후 계획으로 건강과 함께 경제력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각해 보면 평생 일을 갖고 있는 것도 축복인 것 같습니다. 소일거리를 찾는 많은 노인들이 공기 맑은 전원에서 텃밭을 가꾸는 삶을 꿈꾸지만 그것도 60대 안팎에서나 가능하지 80세가 넘으면 그야말로 ‘꿈’일 뿐이지요.”
강원 홍천이 고향이라는 아내 김 씨는 “부지런한 사람이나 농사짓지 나이 들면 힘들고 귀찮아서 못한다”고 거든다.
내년 회혼례를 앞둔 유 씨 부부는 똑같이 “규칙적인 생활과 남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장수비결”이라고 말한다.
나이든 사람들만 모여 사니 심심하지 않을까.
“여기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아요. 산책도 가고 여행과 나들이도 가고….”(김 씨)
“나이가 비슷해 한두 번 만나 얘기하면 금방 통합니다. 지나간 얘기도 하고 요즘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고….”(유 씨)
자녀와 떨어져 사니 외롭지는 않을까. 유 씨는 “자식들이 찾아오기 좋도록 실버타운은 교통이 좋아야 한다”며 “그래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건강과 돈 외에 가족”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독실한 불자인 부인 김 씨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 나이 되니 부처님이 최고”라고 답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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